채규정호 허(虛)와 실(失)
2.견제기관과 지나친 공생관계
채시장은 오랜 행정경험이 바탕되는 해박한 지식으로 각 부서의 업무를 챙기는 섬세한 관리자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리더십이나 추진력이 박약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이다.
나아가 채시장의 안정주의는 언론과 의회 등 견제기관들과의 공생관계를 지나치게 의식, 이들 기관들의 압력에 휘둘려 시정을 그르친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기 말 지방선거를 앞 둔 올해 예산서가 선심성으로 도배되고 도가 지나친 나눠먹기 계산서로 전락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특히, 주민소환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익산시의 CBS건물 매입건은 부적절한 공생관계의 전형적인 폐해로 꼽힌다.
최근 구성된 가칭 'CBS건물 부당 매입 대책위'가 추진중인 '익산시의회의 부당한 CBS건물 매입승인과 이에 따른 재의신청 청원'의 골자는 CBS소속기자의 다각적인 압력과 심리적 강박을 매입승인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채규정 시장이 주변 토지나 건물보다 두배나 더 비싼 가격으로 감정된 CBS건물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도 당시 익산시 기자단 간사였던 CBS소속기자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게 이 청원의 주 내용이다.
시민단체는 이 청원과는 별도로 감정기관의 건물 및 토지에 대한 부당한 평가와 두차례나 동 매입승인건을 부결시킨 의회에 거듭 심의를 요청한 집행부의 부적절한 행위, 급기야 절대다수의 반대 정서를 단숨에 배반하여 매입을 승인한 의회의 치욕스러운 행태에 대해 사직당국과 감사원 등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CBS건물 매입건과 관련한 채시장의 무능력한 면모는 지금 당장 논란거리가 되고있다. 막대한 공공재원을 외부의 압력에 의해 집행하면서 선출된 시민의 대표라고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면에서, 채시장은 그의 박식함으로 무수히 많은 신규사업들을 벌였다. 그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있어 면밀한 검토가 뒤따랐기 때문에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산이 수반되는 이들 사업들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빈약했던 탓에 새로 벌인 모든 사업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이거나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공무원의 "불은 잘 지르는데 매사가 용두사미이고, 4년 동안 갈지자만 쓰다 퇴진한다"는 지적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 한 공무원은 "공장유치가 많다고 하지만 빠져나간 공장을 보면 그런 말 못한다"면서 "단체장이 귀가 얇아서 미풍에도 흔들린다면 거기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