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반 활동 이틀째인 10월 9일 오전 10시 경, 낭산면 용기리에 위치한 B 폐석산 폐기물 처리업체 현장.
지역주민들과 시의원, 담당공무원들, 그리고 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크레인으로 매립장 한 켠을 한 삽 가득 파 들어 올리자, 새까만 폐기물 속에서 묻어서는 안 되는 PT병, 철근조각, 고무 등 온갖 쓰레기더미가 우수수 떨어진다. 파헤쳐 진 속을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니 역겨운 악취와 함께 검은 침출수가 흘러내린다. 혹시나 하고 조금 떨어진 곳의 흙을 파 보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이밖에도 이 업체 현장은 검은물과 쓰레기로 뒤엉킨 커다란 웅덩이가 눈에 띄었다. 이로 볼 때, 오염의 심각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은 탄식과 함께 “더 이상 팔 필요가 있겠나?”며 “마음만 아프니 그만파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어린 손자 손녀들이 먹고 씻어야 할 물이 얼마나 오염이 되어 있을까?” 하고 얼굴에 근심이 한 가득이다.
“왜 이렇게 흙이 검습니까?” 하고 기자는 물었다. B업체 대표 P씨는 “원래 폐기물 자체가 검어서 그렇지 않습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 했다. 당국은 폐기물에 양질의 흙을 50대 50으로 섞어서 매립하는 조건으로 영업을 승인했는데, 육안으로 보아도 폐기물 일색의 매립이 버젓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왜 이렇게 냄새가 심합니까?” 하고 기자는 또 물었다. 그랬더니 B업체대표의 답변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다른 별의 언어였다. 거듭되는 질문에 그는 항급히 자리를 피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점토점결폐주물사라는 폐기물은 검정색을 띠고 있긴 하나 구성자체가 돌 성분이므로 악취가 심하게 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볼멘 목소리로 한 마디 했다.
“왜 흙속에 마대자루가 섞여 있습니까?” 대표가 자리를 피하자 기자는 B업체의 다른 관계자에게 물었다. 업체 관계자는 “어쩌다 보니 실수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대자루는 도처에서 여러개가 발견 되었다. 실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답변이었다. 양질의 흙을 폐기물과 50대 50으로 섞으려면 우선 내용물을 끄집어내는 것이 순서이며, 마대자루에 담겨 있는 내용물을 쏟아내야 그것이 가능하다. 이로 볼 때 과연 폐기물을 흙과 섞는 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날 익산시에서는 환경위생과, 산림공원과, 청소과 등에서 담당공무원들이 B업체를 비롯한 E업체, C업체 등 3곳의 낭산면 일원 폐석산 폐기물처리업체 현장에 대거 투입되었다. 담당공무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낭산면 일대에 있는 모든 폐석산 폐기물 업체들을 철저히 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지역 주민 가운데 한사람은, “그동안은 주민들이 그렇게 힘들어 해도 잠잠하더니 이제 와서 무얼 하겠단 말이냐?” 하고 푸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