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주유선)가 대의기관의 정체성을 타격, 중추신경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회복불능 상태로 함몰시켰다.
보건복지위는 지난 25일 열린 제131회 임시회 본회에서, 전반기 내내 의회에 피로감을 안겨주었던 익산시 청소년유스호스텔 관리위탁동의안을 기습 상정해 원안 가결시키는 농단을 부린 것이다.
청소년유스호스텔 관리자 선정 문제는 전반기의회 보건복지위에서 찬. 반 논란이 뜨거웠고, 상임위의 부결과 유보 결정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집요하게 상정을 거듭했으며, 이 같은 집행부의 의회 경시풍조가 “실추된 의회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사안이기도 했다.
더구나 익산시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을 추진 할 시 투융자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있는 지방재정법을 위반하고 사업비 1백억 규모의 청소년유스호스텔 건립참여자 모집공고(2006년 12월 1일)를 냈다. 또, 자치사무를 위임 할 시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되어 있는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위탁 관리자를 선정(2007년 2월 9일)하는 등 청소년유스호스텔은 총체적인 절차상 하자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의회 손문선의원은 이한수 시장에 대한 시정질문(2007년 12월 24일)을 통해, 집행부의 위법한 행정행위를 질타하면서 기본적인 의회의 권한마저 무시한 관련 공무원들의 엄중 문책을 요구했고, 이한수 시장은 이에 동의하면서 문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익산시의회의 이 같은 지적이 있자 집행부는 지방재정 투융자심사(2007년 4월 27일)에 임하면서, 당시 청소년유스호스텔 사업을 전액 국비로 추진한다고 의회에 보고했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업비 전액을 익산시 혈세로 추진한다며 전반기 의회에 청소년유스호스텔 관리 위탁동의안을 상정, 의회는 찬반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며 마땅히 부결시켜야 할 안건을 유보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택했다.
그래도 해당 상임위원들의 이 같은 유보 입장에는, 기본적으로 청소년유스호스텔 투융자심사가 국비 확보라는 핵심적인 조건을 전제하고 있으나, 이를 상실한 마당에는 기 실시한 투융자심사는 백지화됐으므로 원점에서 투융자심사를 다시 거친 뒤에 위탁동의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정서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주유선)는 전반기 같은 상임위 의원들의 정서가 담긴 속기록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원 구성 직후인 지난 25일 청소년 유스호스텔 관리 위탁을 동의안을 그대로 상정하여 본회의를 통과시킨 것이다.
아무런 고민도 없고,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의회의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집행부를 견제하되 절차와 법을 잣대로 삼는 것이 생명인 의원들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크다.
게다가 보건복지윈원회 주유선 위원장은 청소년유스호스텔 관리 위탁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 된 직후 모 언론사의 기자에게 “절차상 하자가 실정법에 어긋난다 해도 죽을 죄 아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니, 무엇이 그에게 이토록 막가파식 용기를 불어넣었다는 말인가. 그는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하는 시의원인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정신 나간 후반기 복지환경위원회나 나머지 임기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환골탈태를 권유하는 자체가 민망한 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