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값의 폭등으로 농가 경영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화학농약을 50% 적게 쓰고도 벼 이삭마름병을 사전에 예방 방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과 충남농업기술원(원장 강주석)의 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벼 이삭마름병은 땅심이 약한 논에서 벼 이삭이 제대로 익기도 전에 마르거나 변색되는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쌀의 수량감소는 물론이고 쌀 품위와 밥맛을 크게 떨어뜨리는 문제의 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번에 개발된 벼 이삭마름병의 방제기술은 농촌진흥청의 국책과제인 고품질 쌀생산을 저해하는 병해충 발생생태 및 종합관리 연구(책임자 : 호남농업연구소 이두구 연구관)’의 중간결과에서 얻어진 것으로, 철광석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든 규산질비료를 벼 이앙 전에 시용하고 헥사코나졸(Hexaconazole) 성분제 농약을 벼 출수기 전후에 살포하여 예방 방제하는 방법이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충남농업기술원의 한광섭 연구사에 따르면,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논 10a(300평) 면적에 규산질비료를 200kg만 시용한 상태에서 벼 출수기를 전후하여 농약을 살포하면 기존과 같이 농약만을 살포했을 때보다 2배 더 많이 벼 이삭마름병을 방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농약 사용량을 50%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벼 이삭마름병은 땅심이 약한 논에서 깨씨무늬병균을 비롯한 30여 종의 병원균이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있어, 농가에서는 이 병을 방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 익산에서 벼농사를 25년간 짓고 있는 김광수씨(67세)는 “벼 이삭마름병을 농약에만 의존해서 방제한다는 것은 곧 고품질의 친환경 쌀 생산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값이 폭등한 농약구입비의 부담만 키우는 셈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규산질비료를 이용한 벼 이삭마름병의 저농약 방제법은 농약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생태계보전과 함께 농가의 경영비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논토양의 규산함량을 높여주어 벼의 추가적인 병해충 저항성과 쌀 수량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친환경 농업기술로 평가된다.
농촌진흥청 호남농업연구소 임상종 소장은 ‘우리 농산물이 국제시장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친환경농산물 생산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지역 농업기술원과 함께 2013년까지 농약사용량을 40% 줄일 수 있는 병해충의 저농약 방제기술 개발 등 친환경농업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