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아~퍼져라~내꿈 다시 피어나면~~너와 나의 영원한 젊은미소~~밝은 내일 약속하리~♬” 70, 80년을 풍미했던 건아들의 ‘젊은미소’….
“이 곡은 지금의 버즈 노래야.” 스물 여섯의 키보드 후배가 뽕짝스타일로 반주를 넣자 서른 아홉의 베이스 주자가 제대로(?) 알려준다.
익산직장인밴드(직밴) ‘뮤직앤피플’의 연습실인 대학로 지하 풍경은 낯선 열정으로 가득하다. 20대에서 40대까지 음악이 좋아 하나 둘씩 모인 이들이지만, 낯선 이들과의 어울림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잠시 묻어 두었던 열정을 끄집어내기에도 시간은 필요하다.
직밴은 3년 전 ‘락천국’에서 출발했다. 순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 다수의 공연과 행사, 봉사활동을 해 왔다. 통기타 동아리와 함께 활동을 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해체된 후 지난 4월부터 다시 모집을 시작했다.
“제가 혈압이 높은 편인데 스트레스가 심했던 어느 날 갑자기 핑 돌더라구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그게 계기가 됐어요. 사는게 힘들어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우는…. 하고 싶은 거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자, 이렇게 된 거죠.” 익산직장인밴드를 만든 황의형(40) 총무의 말이다.
“아직은 자리를 잡고 있는 수준이라 미흡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공연과 함께 소외받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라는 황 씨의 말에, 박헌진 씨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라고 거든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20대에는 자신을 중심에 놓고 삶을 계획하지만, 30대에는 삶을 중심에 놓고 자신을 계획한다’는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
“연주하다보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주부의 경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어져요.” 끈적끈적한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 잔씩 마시는 맥주에, 음악에 관한 얘기만큼 감칠맛 나는 안줏거리도 드물다.
“학창시절 밴드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 못했었는데 이제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행복합니다.” 낼 모레면 아기아빠가 되는 한 회원의 말이다.
현재 밴드 2팀과 통기타 1팀으로 구성된 직밴은 주 2회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김광택(45) 회장은 “실력이나 나이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꿈은 꾸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했다”며, “각 파트별로 연습과 스터디도 병행하기 때문에 실력에 관계없이 열정을 가진 분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초저녁에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여름밤의 열대야는 한낮의 폭염에 지지 않겠다는 듯 아직도 기세가 당당하다. 지하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를 튕기는 한 차례의 연주가 끝나면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온몸이 들썩거리는 밴드의 사운드가 한바탕 소나기처럼 지나가면 부드러운 통기타의 선율과 감미로운 하모니로 일정이 마무리된다. 내일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따분한 일상이 시작되지만, 통하는 사람들과의 몇 시간의 연주와 만남은 더없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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