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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적 발전을 위한 ‘창조도시’ 건설의 필요성

등록일 2008년01월14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새대통령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청개천 복원 사업의 추진과 대운하 건설 공약이 내포하고 있는 ‘추진력’이란 코드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로 보인다.
현재 대통령인수위를 중심으로 정권인수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들으면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수많은 정책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여당단체장을 배출했던 전북도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그 위치가 극적으로 반전되어 외톨이 야당 단체장을 두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전북을 방문했을 때 새만금 특별법 통과와 관련하여 도지사와 벌인 ‘입씨름’을 감안하면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광역단체장의 당 소속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도민이 보여주었던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무관심은 전북의 현안사업의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 지역이 발전하려면 정치적인 여건을 넘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외적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생적 발전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요즘의 문화정책은 지역이 내생적으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좌표를 제시해 주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지역의 적극적 검토와 수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발전의 구체적 방향을 말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지향하는 발전이라는 게 무엇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1998년 4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스웨덴은행 300주년 기금’ 세미나에서 발표된 리포트 전문(前文)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리포트에서 밝히고 있는 발전은 단지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향상이 그 기준이다.
스로스비(Throsby, D.)는 그의 저서 󰡔경제학과 문화󰡕에서 이 보고서는 문화와 발전의 관계를 정면으로 묻고 문화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는 동시에 문화의 개념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심에 두는 의욕적인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에서 문화정책은 문화의 보급과 문화의 민주화 차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분권화의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문화정책은 사회・경제정책 전반과 연관되기 시작한다. 즉, 문화가 사회에 다양한 편익을 창출하는 존재라는 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문화정책이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시개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째, 도시개발을 할 때 문화에 대한 투자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영국의 버밍엄, 글래스고 등의 도시는 슬럼화 된 도시 중심부를 재생시켜 지식·감성 집약형의 문화산업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였다.
둘째, 문화는 지역경제에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미래형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문화시설을 포함한 문화산업은 지역주민의 고용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유인에도 큰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경제에 기여를 한다.
셋째, 지역개발과 문화의 관계가 긴밀하게 결합되는 요소는 도시의 디자인과 경관계획에 예술을 도입하여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관광객의 유입은 물론이거니와 정주인구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문화를 이용한 ‘도시마케팅’이 활성화 되어 대규모의 문화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북부의 탄광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유치를 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재생된 것은 좋은 사례이다.
최근 30년 이래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도시발전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도시들은 그 돌파구로 ‘창조도시’를 선택했다. 창조도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제이콥스(Jacobs, J.)에 의하면 경제적 풍요는 창조도시에서 일어나는 산업의 다양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도시의 창조성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문화·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기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창조도시의 중요한 요소인 문화인프라 및 문화의 다양한 활동은 새로운 산업이나 고소득・전문직 종사자들을 매료시킬 뿐만 아니라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래픽 분야의 예술가와 광고업 등의 종사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분야이다. 문화산업의 고용이 10%를 차지하는 독일의 쾰른, 이탈리아 중부의 볼로냐와 일본의 가나자와 등은 문화정책을 도시발전에 접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한 창조도시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해 군산시 의회에서 한 시의원이 군산시에 수많은 기업체가 유치되고 있는데 인구가 줄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시에 따져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의원은 군산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군산시의 경우는 문화정책이 도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와 1990년대 들어와 급속하게 발전한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 등 두 지역은 할리우드의 영화산업과 뉴욕의 극장가가 배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대선으로 우리지역은 중앙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수도권 지자체가 각종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제2차 지역균형발전계획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분명 우리 지역의 발전에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이러한 때에 우리 지역은 문화가 기반이 되는 창조도시를 건설함으로써 내생적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배승철 전북도 의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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