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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민주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일 2007년06월1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년전 6월, 대한민국은 전국 방방곡곡의 도시 길목마다 수십, 수백만의 인파로 물결쳤다. 무수히 터지는 최루탄 독가스앞에서 쓰러지면서도 민주개헌, 독재타도를 외치던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은 “타는 목마름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군사독재에 끈질기게 저항했다.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장엄한 민주화 대장정이었다.
마침내 군사독재정권은 87년 6월 국민의 거센 민주화 요구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 한국 민주주의 승리였다.

민주주의 소중한 가치 깨달아야

6월민주항쟁이 터지기 몇 달 전, 1987년 2월 11일 몹시 추운 겨울밤이었다. 당시 통합 제1야당인 신민당 공보부장이었던 필자는 등촌동 집앞에서 미리 기다리던 서울시경 사복형사들에게 민주개헌운동 주도혐의로 체포되었다.
“현 정부를 퇴진시키고 개헌서명을 주도한 이유가 무엇인가?” 동대문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매서운 취조가 시작되었다.
“국민을 학살하고 탄압하는 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3명이 잡혀 들어왔는데 이들이 자백을 않는다고 형사들이 욕설을 퍼붓고 구타를 했던 것이다. 이때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 못된 놈들아, 왜 학생들을 때리느냐, 너희들은 동생도 없는가.”
전주출신의 손주항 前 국회의원이었다. 그역시 군부정권 퇴진운동중 체포되어 구금중이었다.
살벌한 군사통치시대였다. 치떨리던 당시 상황을 20년이 흘러 민주화를 이룬 지금의 잣대로 재단해 당시를 감상적으로 회상하면 큰 오산이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은 상상이상으로 포악했다. 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체포, 구금은 예사였고 툭 하면 가택연금, 미행, 전화도청 등 무법천지 공포시대였다.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열사 등이 죽음으로독재에 항거한 고귀한 희생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6월민주항쟁 20돌을 맞는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까마득한 절망감과 회한이 엄습한다. 우리가 평소에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듯이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세운 민주주의 시대의 소중한 가치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미완의 6월민주화항쟁 완성을

우리가 개발도상국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게된 배경에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훌륭하게 이뤄낸 대표적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전쟁을 겪고 분단된 채 자원도 없는 나라 한국이 세계 10대교역국 부상과 민주주의 완성을 동시에 이룬 것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물론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도운 나라라는 것을 세계앞에 과시하기 위한 속셈도 있을 터이지만 어떻든 한국은 6월항쟁을 시발로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따지고 보면 1997년 IMF의 엄청난 충격도 민주주의 뿌리를 내린 성숙한 국민의 민의(民意)가 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현명하게 넘기게 했는지도 모른다. 역동(力動)적인 民主化세대와 無에서 有를 창조한 産業化세대가 힘을 합친 韓國人 특유의 저력이 발휘된 것이다. 만일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IMF같은 위급한 국가적 재앙이 왔더라면 태국이나 필리핀처럼 군부의 쿠테타가 꼬리를 물었을 것이고 우리는 후진국의 참담한 나락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정책오류로 인해 민주화운동의 공과가 폄하되고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은 매우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화는 이뤘지만 그러나 20년전 6월항쟁은 아직 미완이다. 그 이유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양극화로 인한 계층간, 세대간 갈등, 교육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심각한 취업난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내연하고 있는 지역주의를 바로잡고 극복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6월민주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극화와 지역주의가 극복되고 평화적 남북통일의 기반이 세워지는 날까지 우리는 그 걸음을 멈출 수 없다. (끝)

객원논설위원 박경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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