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를 절단한 50대 아저씨, 놀다가 넘어져 발목에 깁스를 한 유치원 꼬마, 퇴행성관절염수술을 받은 할머니, 축구 하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돼 무릎에 축구공만한 석고를 붙이고 다니는 20대 청년…. 나이도, 수술 부위도 제각각인 이들 원광대 정형외과 입원환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불편한 움직임과 오랜 기간의 입원으로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들을 위해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이 나섰다. 고전기타동아리 ‘Major&Minor’의 ‘환자를 위한 작은음악회’가 22일 저녁7시, 정형외과 병동에서 열렸다.
‘A Time for us’,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메인테마가 고전기타 특유의 낡은 스트링을 타고 환자들 가슴으로 흘러드는가 하면, “둔다 둔다 둔다 둔다” 빠른 초크기법의 흥겨운 ‘베사메무초’ 리듬이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외과가 요즘 의대생들의 기피과목이라는 거 아시죠? 그 중에서도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과가 바로 정형외과에요. 클래식기타를 연주할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지죠. 크게 소리치거나 술을 먹는 것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훨씬 좋아요.” 본과 1학년인 김영환 회장의 말이다.
장조와 단조를 뜻하는 ‘메이저앤마이너’는 결성된 지 10년이 지난 ‘고전’ 동아리다. 현재 27명이 활발히 활동하며, 재학생 선배 20여명 외에 100여명의 선배들이 고전기타의 따뜻한 선율과 함께 힘든 대학생활을 지내왔다.
공부하랴, 실습하랴 바쁘지만, 월요일과 수요일 2시간씩 꼬박 기타연습에 할애한다는 그들. 공부면 공부, 연주면 연주, 자기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첫 결성부터 지금까지 기타를 지도해 주는 이상우(이상우 기타학원) 선생님과 항상 병동에 기타를 두고 틈날 때마다 연습하시는 김동철 지도교수(정형외과장·사진)의 넉넉한 후원이 큰 힘이 됩니다.”
바쁜 중에도 자잘한 학교 행사까지 챙겨주고 독려하는 김동철 교수는 학생들 뿐 아니라 특히 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술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리적 안정과 믿음이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환자와 의사, 제자와 스승 사이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그다.
“아마추어 학생동아리의 작은 연주회지만, 낡은 듯 둔탁하면서도 맑고 로맨틱한 클래식 기타의 공명이 지친 환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 매캐한 약냄새에 찌든 병동 분위기를 상쾌하게 만들어 주곤 합니다.”
김 교수의 말대로 9층 병동 복도를 꽉 메운 환자들의 얼굴이 환한 행복으로 물들어 있다.
자, 이제 무대의 주인공이 바뀔 차례. 메이저앤마이너의 1차 연주회가 끝나고 환자노래자랑차례. 자기소개 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음 차례를 소개하고…, 마이크가 쉴 틈이 없다.
“지난 여름에 정형외과 병동에 들어와 창밖으로 가을을 맞으며 따분하고 답답해 미칠 것 같았는데, 오늘 음악도 듣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니 살 것 같아요. 일년에 한두 번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열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