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지정되는 등 매장문화재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는 익산이 자치단체 현업부서의 보존마인드 부족으로 문화재보호법을 개발사업 위주로 준용하는 등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익산시가 당초 보유하고 있던 백제 문화 등 고유한 역사문화환경 등이 소실되면서 지역의 정체성도 동반상실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3월 5일 경주, 부여, 공주 등과 함께 4대 고도로 지정되었다. 이는, 익산지역이 마한시대 준왕의 근거지였던 것을 비롯해 백제 무왕의 천도지였다는 점, 미륵사지, 왕궁성, 쌍릉 등에서 관련유적이 다량 발견됐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된 결과이다.
특히, 최근 왕궁에서 유물이 대규모로 발굴되면서 익산지역의 매장문화제에 대한 학계와 문화재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매장문화재 시굴조사를 최대한 뒷전으로 미뤄 문화재 보호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익산시는 이미 학계가 문화재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한 부송동 지역을 소각장 입지로 선정하기 위한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지표조사에만 그치는 등 미온적인 문화재 보호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시는 '가능한 계획수립단계에서 시굴조사를 하면 좋다'는 문화재청의 지침을 법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면서 소각장 건설업체 선정이 끝나고 잔여 매입부지 토지 수용이 마무리되는 10월 초 께에서야 시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각장부지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민원 때문에 문화재청이 부지 매입이 100% 완료된 뒤에 시굴조사를 하라고 시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익산시가 마음만 먹었다면 문화재청의 개입 이전에 충분히 사전 표본 시굴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며 "익산시가 원치 않겠지만, 만약 시굴조사를 통해 문화재가 발굴되더라도 업체가 선정됐고 사업 추진이 시급한 시의 입장에서 또다시 시민들을 담보로 불법을 저지르면서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둘 공산이 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이 사후에 현업부서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결국에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부적절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가급적 계획수립단계에서 시굴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부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더구나 정부는, 고도로 지정된 지역의 보존지구지정을 위한 용역과, 고도보존지구에 대한 지원규모 마련 용역 등을 발주, 익산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격상되고 있는 마당인데, 거의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서 시굴조사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행정행위로 이같은 구태의연한 관행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문화재 보호법은 3만 평방미터 이상의 개발사업은 반드시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고, 소각장건설부지는 21만 평방미터이며, 익산시 문화재 관리부서에서는 "1만 평방미터 미만의 사업이라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가 확인된 지역이나 인접지역에서는 시굴조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