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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혼' 담아 익산에 '판' 벌이다

굿패 '미마지' 26일 솜리예술회관 소극장, ‘판&희망’

등록일 2006년05월24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벌써 8년 전 일이다. 지독하게 내성적이어서 말소리 한번 내지 않던 고1 남학생이 문학동아리 분과모임 풍물반에 들어가 3개월 만에 푹 빠져 버렸다. 역동적인 북소리와 정교한 가락의 장구소리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면서 비로소 타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 좋은 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본격적으로 풍물을 배웠고, 평생 업으로 삼았다. 국악교육공연단 ‘굿패 미마지’를 운영하는 이육일(35) 대표의 국악입문기다.
미마지는 백제시대에 중국오나라와 일본을 넘나들며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전승한 음악인의 이름. 백제문화에 뿌리 내리고 있는 우리 지역에 국악문화를 확대하고 공동체 문화를 이루자는 뜻을 담았다. 1993년 여섯 명의 젊은 풍물꾼이 모여 만든 ‘세마치’로 시작해 99년 ‘굿패 미마지’로 개명 후 꾸준히 국악의 지역보급을 위해 다양한 ‘판’을 벌여 왔다.


           중앙체육공원에서 시민과 함께 하고 있는 굿패 '미마지'

“전라도가 애향의 고장이라고는 하지만, 익산과는 거리가 멉니다. 소비성이 강하면서도 문화적 의식이 낮은 익산에 우리 조상의 혼이 담긴 국악의 흥겨움을 알려주고자 ‘판’을 벌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중앙체육공원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함께 상설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하는 공연이라 버겁지만 지역과 시민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4월 정기공연을 갖는 미마지가 올 4월을 그냥 보냈다. 이 대표의 15개월 된 아들 준화가 희귀병 ‘뮤코다당증’으로 판명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번 판을 열지 못하면 그냥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2006년 5월...제 마음 속엔 희망이란 단어가 새겨집니다. 15개월 된 제 아들놈이 몹쓸 희귀병에 걸려서 저에겐 시련 아닌 시련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함께 바람을 갖는 희망의 의미는 이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대신할 수 없으며, 아픈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고 또 믿습니다.”



26일(금) 오후 6시30분부터 솜리예술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벌이는 ‘판&희망’은 아들 준화를 비롯한 아프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공연으로, 삼정원, 작은자매의집 아이들을 초대했다. 시리고 아픈 마음과 절실한 사랑이 담긴 ‘소리’가 그들에게 희망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이제는 우리 것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시에서 폐교나 폐관공서 등의 장소를 지원하는 등의 특별한 관심이 절실합니다. 여기서 공방과 주말농장을 겸한 주말사물놀이캠프나 방학캠프를 열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조상의 얼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또 한 가지, 매년 열고 있는 ‘정월대보름 굿’이나 사물놀이를 재래시장에서 상설화해 스러져가는 장터문화를 재건하는 것도 그가 이루고픈 꿈의 하나다.
아들 준화의 병으로 인해 자꾸 의기소침해 지지만, 아빠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믿음으로 그는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장구채를 쥐어 잡는다.

소통뉴스 엄선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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