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황등초등학교로 자가용들이 속속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모두 운동복에 축구화 차림. 전국에 내린 황사주의보로 가끔씩 뿌연 먼지바람이 불지만 오래된 교정에 내려앉은 봄빛은 눈부시도록 화사하다. 운동장 한쪽에는 ‘축 황등축우회 창단 13주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나풀거린다. 이만하면 ‘황등축우회 창단 13주년 기념행사’를 치르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이 날 행사에는 황등농협 축구회, 황등지구대, 황우회(황등출신 익산시청 직원모임)가 초청돼 친선경기를 치렀으며, 멧돼지바비큐를 비롯한 푸짐한 음식을 준비해 13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황등조기축구회 40세 이상 모임 ‘황등축우회’
황등생활축구단, 오비, 한솔, 용산, 청우, 그린, 농원. 황등에는 이렇게 7개 팀의 조기축구회가 있다. 이 중 40세 이상 회원들의 모임이 바로 13주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황등축우회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키워온 축구에의 열정을 들여다보면 축구에 관한한 황등‘면’이 아니라 황등‘특별시’라 부르는 것이 딱 들어맞을 정도다.
“재작년에 익산에서 열린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때 37개팀 1,500명이 황등에서 지냈어요. 13일 동안 황등초교에서 34게임을 치르는 동안 황등 주민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손님들을 맞아 자원봉사를 했죠. 마을회관에서 숙식도 제공하고요.” 막내이자 총무인 백경운씨가 황등주민의 축구사랑 포문을 열었다.
“황등초등학교 운동장이 축구장 정규 규격이 나옵니다. 요즘 익산 학교들만 봐도 운동장이 모두 작잖아요. 정규 규격 나오기가 쉽지 않죠.” 이들만의 축구구장인 황등초교에 관한 자랑이 이어진다.
“4월 중에는 라이트 시설이 완공돼 야간경기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여름에 뜨거운 뙤약볕에서 땀 뻘뻘 흘리며 뛰지 않아도 되게 생겼죠. 또 여름 장마철에는 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장마철에는 춘장대 해수욕장 모래밭으로 달려갑니다. 며칠 동안 뛰지 않으면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구요.” 문우택 회원의 못 말리는 축구사랑 얘기다.
축구에의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익산, 강경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의 축구회와 친선경기를 가지다가 올 가을에는 제주도 서귀포 축구회와 자매결연을 맺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곳곳의 축구회와 자매결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쯤 되니 ‘차라리 축구랑 결혼하지 그랬냐’고 쏘아붙이던 아내들도 이제 그들의 팬이 되었다. 아빠를 따라 축구를 하던 아이들은 이제 청년이 되어 조기축구회 후배가 되었다.
*고향사랑으로 이어진 축구사랑
이들의 축구에 관한 열정은 고향 사랑으로 이어진다.
재작년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에 참석했던 축구원로들에게 황등석으로 만든 두꺼비를 선물했다. 축구와 함께 황등석을 널리 알리려는 마음에서다.
황등에 있는 3개 초등학교에 해마다 축우회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유소년축구로 유명한 이리동중과 이리고 축구부에도 장학금을 지급하며 스쿨버스 구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종성(58) 회장의 선행은 축우회 회원들에겐 또 다른 자부심이다. 마을이 작다보니 이래저래 지역소식을 듣게 되는데 어려운 이웃을 접하면 김 회장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몰래 내주곤 한 것은 후일 드러난 선행담의 일부다.
*황등초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급선무
황등석으로 유명한 황등면에 ‘축구의 고장’이라는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 것은 축우회를 비롯한 모든 황등 주민의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장전용구장으로 손색없는 황등초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인조잔디구장은 전국규모 이상의 축구경기 유치의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다른 운동동호회나 뛰어노는 아이들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김 회장의 얘기다.
한여름 저녁, 라이트가 켜진 파릇파릇한 잔디구장에서 축구 꿈나무들이 공을 차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