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남편에게 갖은 욕설과 구타를 당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가위로 찔러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성행위를 강요당해왔던 한 여자가, 어느 날 남편을 줄넘기로 목 졸라 죽였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모의재판이 10월23일(월) 익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익산지부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와 원광대학교 법과대학 ‘형사모의재판 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이 모의재판은, 지난 10월18일 20년간의 남편의 폭력을 못 이겨 살해한 주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선고한 실제 사건을 모델로 삼았다.

“가정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1998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의식은 아직도 ‘가정문제’로 치부하거나, 사회적 강자이자 가해자인 남자에게 관대한 시선이 지배적인 게 사실입니다. 아직도 가정폭력 피해자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사망하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상담소 성보영 소장은 “강의식·주입식 알림이 아닌 모의재판 시연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모의재판에 앞서 학생들이 직접 사건 정황을 재연한 비디오 상영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으로서 무능했던 남편을 구박하고 무시하고 미워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상황과 사실에 입각한 상황재연(구타와 욕설, 성폭행 등)의 두 가지 상황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적당주의와 무관심이 야기하는 ‘진실호도’와 ‘가정파괴’ 등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형사모의재판연구회 박진주 회장은 “법학도 입장에서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준비했다”며, “특히 대학생, 청소년은 물론 장애인, 노인 등의 소외계층을 찾아 공연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2006 익산시 여성발전기금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24일(오후4시) 노인종합복지관, 26일(오전11시) 원광대 학생회관, 27일(오후7시) 청소년수련관에서의 공연을 각각 앞두고 있다.

소통뉴스 엄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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