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부실시공에 따라 붕괴위기에 처한 모현우남아파트와 관련, 시공회사와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우남아파트 주민들과 우남건설간의 분쟁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4일 조정판결을 통해, “우남건설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가 누락되거나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되는 등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시공되어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또, 같은 재판부는 “익산시는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하여 설계도면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건축공사감리자의 허위감리보고서와 현장조사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파트의 사용승인을 내주었기 때문에 모현 우남아파트에 발생한 하자보수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 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아파트 주민들의 피난대책 등 안전조치 민원을 시공회사에 떠넘긴 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익산시는 재난안전관리법상 재난위험시설물에 대한 관리주체이면서도 수 년 동안 주기적인 점검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해 왔고, 주민들의 붕괴위험에 따른 피난 요구를 검토조차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민원을 접한 전라북도가 관할 자치단체인 익산시가 관련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조치했지만, 익산시는 여전히 모현우남아파트 입주민들과 우남건설간의 협의에 따라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며 모르쇠로 일관, 주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23일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위험시설물의 재난책임기관장은 익산시장이다”며, “관계 법령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민원을 해결하도록 전라북도에 적극 권고 했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해법찾기의 직접협의당사자
익산시는 법상 행정행위의 주체로서 재난위험시설물에 대한 책임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불법. 부실 건축물을 사용하도록 승인한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주체이기도하다.
따라서 입주민들의 붕괴위험에 따른 긴급피난 요구를 놓고 시공사와 주민 등 이해당사자 간의 문제로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
입주민과 우남건설, 익산시는 재난위험시설물에 대한 직접협의당사자로서 해법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재난은 불시에 닥치는 법이다. 이대로 책임을 방기하다가 인명이 희생되는 재앙이 닥치면 감당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살려 주세요"
▲ 붕괴위험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 '벼랑끝 절규'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주민을 살려주세요. 익산시는 당장 전 세대에 대한 이주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난 10일 15층 고층아파트인 모현 우남아파트(모현동1가 99-4번지)를 찾은 기자는 주민들의 벼랑끝 절규를 들었다.
어린 아이가 걸어다녀도 강진이 이는 것 처럼 전세대가 출렁거리고, 동쪽에 위치한 세대들의 천정에서는 이날 내린 작은 비에도 고층에서 저층까지 비가 줄줄 새고 있었다.
우남건설이 당초 설계도면을 무시하고 부실시공한 탓이다. 이는, 연4회에 걸친 구조안전진단결과 드러난 하자이며, 103세대 전체 등급이 D등급 판정을 받았고 6~9호 라인 25세대는 E등급을 받았다. 이같이 붕괴 위험에 처한 건물에 대해 익산시는 지난 2002년 12월 31일 모현우남아파트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익산시가 지난 92년 준공을 승인한 이 모현아파트는 6년 전부터 이미 육안으로도 건물 자체가 북측으로 기울어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건교부지정 안전진단전문기관인 '원 구조 안전(주)'의 '모현우남아파트 하자 감정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우남건설은 설계도면상 중요부재인 보(B1,B2)를 총 103세대중 35세대에 대해 누락 시공했고, 각층 슬래브의 철근도 부족하게 시공하여 천정 지붕들이 거미줄 처럼 심각하게 균열됐다.
우남건설은 또, 설계도면상 기초 옹벽이 300mm인데도 200mm로 11곳을 축소하여 시공하고, 기초 파일을 19%나 누락 시공하여 기초옹벽과 개구문 변형등으로 15층 화장실문 개폐를 곤란하게 하는 등 23개항 36개 종목을 임의대로 부실시공 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1992년 11월 30일 입주 다음해부터 장마철이면 약 70세대가 방을 비롯한 거실, 주방 곳곳에서 누수가 심각하고, 각층에서 1층현관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내림 버튼을 누르면 기계작동의 진동으로 엘리베이터 앞 현관 바닥이 흔들려 불안과 공포심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인.허가 기관인 익산시는 모현우남아파트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해 놓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한목소리이다.
모현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김갑섭(67)씨는 "애초에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공사에 하자담보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2001년 8월 16일의 공등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면서 우남건설에 적정한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한편, "불법 건물에 준공허가를 내주는 등 도덕.안전불감증에 사로잡힌 익산시는 주민들의 피난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이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모든 아파트 거주주민이 익산시청 시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한 집단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지난 12일 최초로 모현우남아파트를 방문한 이한수 시장은 "아파트 구조진단 재감정비용을 익산시에서 부담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라"고 해당부서에 지시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악화될 조짐이다.
비상구 없는 모현 우남아파트
모현 우남아파트는 법원의 안전진단 용역 결과 D급 판정을 받은 위험시설이다. 또, 최근 주민들이 안전진단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모현 우남아파트는 부실시공으로 인해 붕괴 우려가 있는 E급 시설물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모현 우남아파트를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공고한 이래 5년 동안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해 왔다. 특히, 민선4기는 주민들의 긴급피난 요구를 묵살하면서 법이 정한 절차를 일절 밟지 않은 채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본연의 책무를 유기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하루를 떨며 지새는 주민들은 믿을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의 공포 앞에서 또다시 절규하고 있다.<편집자 주>
상- 직무유기
하- 긴급피난

소통뉴스 공인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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