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의 시장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기존 촉매인 백금(Pt)보다 훨씬 싸고(4% 수준), 성능과 안정성도 높인 ‘그래핀 촉매’ 덕분이다.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창의공과대학 화학융합공학과 전인엽(사진) 교수팀이 백금 가격의 4%에 해당하는 루테늄(Ru)을 그래핀에 담은 새로운 촉매 물질, ‘루테늄엣그래핀(Ru@GnP)’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현재 상용화된 백금 촉매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내구성도 지녔으며, 백금 촉매를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미래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소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분리하고 있어 제조단가는 낮지만, 높은 수송비와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물(H2O)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으며, 전기분해로 수소를 발생시키는 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물의 전기분해에서 고효율을 달성하려면 수소발생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전압(과전압)3)이 낮고, 반응속도가 빨라야 한다. 지금까지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우수한 물질로는 백금이 꼽혔지만, 귀금속이라 비싸고 물에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낮아 조금씩 닳는(용해) 문제가 있었다. 백금을 대신할 비(非)귀금속 기반 촉매 연구도 많았지만 물에서 부식(산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전인엽 교수는 “상업적으로 사용가능한 우수한 촉매의 조건은 크게 고효율, 우수한 내구성, 가격경쟁력 등 셋을 꼽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지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보고한 루테늄 촉매를 한층 강화시켜 상업화에 필요한 물 분해 촉매의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라고 강조했다.
루테늄엣 그래핀 제조 모식도
연구진은 저가의 귀금속인 ‘루테늄 염(Ru saltl)’과 ‘초산기(-COOH)가 붙은 그래핀’을 물속에 넣고 교반시켰다. 이때 자연스러운 화학반응(환원)이 일어났고 이 상태에서 열처리를 진행해 루테늄엣그래핀(Ru@GnP)을 제조했다.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간단한 방식으로 생산하여 가격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이렇게 만든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는 물 분해 반응에 필요한 과전압을 백금 촉매보다 더 낮추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으며, 특히 물의 산‧염기 농도(pH)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기존 백금촉매와 달리, 대체로 일정한 성능을 보였다.
전인엽 교수는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한 것”이라며, “물의 산·염기 농도에 관계없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펭 리(Feng Li) 박사가 제1저자, 원광대 전인엽 교수와 UNIST 백종범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가 함께 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소재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트리얼스(Advanced Materials) 속표지(Inside Cover)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