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위법, 편법으로 점철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방조를 넘어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춘석 의원(법사위, 익산시갑)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제기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사건 위헌확인에 대한 헌재의 진행경과를 제출받고 “근 1년 동안 헌재가 한 일이라고는 접수 받고 심판회부 통지를 교육부에 보낸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헌재의 제출자료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1월 11일에 접수된 헌법소원과 관련해 11월 25일 심판회부통지를 했고 올해 7월 12일에 교육부의 답변서를 받았다. 헌재는 교육부에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의견서와 함께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245일이나 기다려 답변서를 받은 것.
헌법재판소법 제38조(심판기간)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도록 돼 있다. 법대로 한다면 올 5월에 결정을 했어야 했는데 답변서조차 종국결정일을 훌쩍 넘긴 7월에 받은 것이다.
이는 12월에 접수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종국결정일인 6월을 넘긴 7월, 180만에 교육부의 답변서를 받았다.
헌재가 정부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춘석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7월 개성공단 폐쇄결정과 관련된 헌법소원 당시 법무부와 통일부의 답변이 늦어 논란이 됐을 때 헌법재판소 김용헌 사무처장은 “제출을 촉구할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지나치게 많이 걸린다면 아마 그때는 그것(답변서) 없이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교육부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계획대로 심리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헌재는 심리기일 조차 지정하지 못한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침묵하고 있는 사이, 정부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17일까지 주문하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해 혼란과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의원은 “헌재가 헌법재판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시간을 끌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권리를 구제할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권리를 구제받아야 하는지 절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