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부채 규모와 성격을 단체장 의중에 따라 여반장(如反掌)하며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는, 민선 4‧5기 부채가 생산적인 투자로 시 재정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던 익산시가 민선 6기 새 시장 체제에 들어서자 부채규모가 심각한 위기수준이라고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시민들을 기만‧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재정 위기에 따른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하면서도 이를 돌파할 방안에 대해서는 획기적 대책이 아닌 기존 방안이거나 미미한 수준의 미봉책에 머물면서, ‘재정비상체제’의 실효성에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익산시 김용범 안전행정국장이 7일 부채 조기상환을 위한 재정비상체제 운영에 따른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민선5기 부채 "생산적 투자" 단호
익산시는 민선 5기 전임 시장 당시 과도한 지방채 의존 등 재정 운용 불균형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감이 높아지자, 여러 차례 언론 기자회견을 통해 “생산적 투자”임을 강조했었다.
부채 규모와 상환 계획에 대해서도 “익산시의 현재 부채는 지방채 1971억원, 민간투자사업비 1638억원 등 총 3609억원”이라며 “지방채는 산업단지 분양대금 회수를 통해 2016년까지 조기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는 “모현도서관, 복합문화센터, 하수관거정비,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은 시민 삶의 질과 문화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로 시의회 동의를 얻어 추진했다”며 “이는 시민의 문화갈증 해소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 부채 규모에 대한 잘못된 관점에 대해서는 “시 발전을 위한 필수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고 까지 하면서, 그 같은 관점은 “오해”라고 일축했었다.
민선6기엔 "재정위기" 여반장
이 같이 재정에 문제가 없다던 익산시가 민선 6기 박경철 시장 체제에 들어서자 오히려 부채규모가 심각한 위기수준이라며 기존 상황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실제 시는 8일 김용범 안전행정국장 주재로 부채상환 비상체제 돌입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의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음을 인정한다”면서 “부채상환을 위한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2016년까지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던 지방채에 대해서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과 불경기로 인한 투자위축으로 기업유치 여건이 나빠져 2016년까지 조기상환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특히, 부채규모나 재정부담 수치를 최소화하려던 민선 5기 상황과 달리 민선 6기에는 오히려 그 수치를 최대화하려는 의도까지 꾀했다.
실제 시는 전임 시장 당시 지방채와 민간투자사업비 만을 합쳐 총 3609억 원 정도로 민간투자사업 회계처리치침까지 내세우며 최소화하려던 부채 규모를 현재(7월1일)는 재정 부담이라는 명목으로 부채(3,338억 원)에 이자(375억 원)와 운영비(4,111억 원)까지 모두 합산하며 수치 키우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여기에, 시는 “재원부족으로 연금부담금이나 직원 성과금까지도 일부 편성하지 못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까지 하며 공직사회 안팎의 불안감까지 조장하고 있다.
이 같이 시의 입장이 급변한 것은 선거 당시 전임 시장의 부채 문제를 집중 공격해 당선된 박경철 시장이 시 재정이 심각하다고 규정하자 시 공무원들이 부채 규모와 성격을 박 시장 의중과 코드에 맞춰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위기 조기 극복 '실효성 글쎄'
이런 가운데 익산시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엔 의구심이 들고 있다.
이는 시가 내놓은 통합기금운영 및 위탁시설 재검토와 체납자 은닉재산․누락세원 발굴, 공유재산 매각 등 세입증대방안이 사실상 기존 방안이거나 미미한 수준의 대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채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시가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10개 부서 북부권 이전을 강행하는 것도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한 것과 배치되는 행태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이전에 따른 10억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행정이 내놓는 정보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행정이 오락가락하는 순간 공신력 또한 잃을 수 밖에 없다"며 "부채 문제와 같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사는 있는 그대로 시민들에게 알려할 정보이지, 상사의 의중에 따라 뒤바뀐 정보를 내놓는 것은 그야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