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가 또 바뀐다.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했던 대입정책 상당수가 폐기됐다.

‘수능 A/B형’은 올해 첫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폐지될 운명에 놓였고, 수능 영어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전면 백지화 됐다.

또한 2017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이와 상관없이 한국사는 2017학년도 사회탐구에서 분리돼 필수과목이 된다.

관련 대입정책이 수험생과 대학에 혼란만 남기고 예산만 낭비한 채 폐지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수험생 혼란만 초래한 수준별 수능

27일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치러지는 ‘수준별 수능’이 폐지될 전망이다. 영어는 2015학년도에 폐지하고, 국어와 수학은 2016학년도까지 유지하다 2017학년도에 폐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영어는 입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되고 있는 만큼 빠른 폐지가 불가피하고, 국어·수학의 경우 학생의 신뢰이익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A·B형을 선택하는 학생 수의 변화에 따라 점수 예측이 곤란하고 그 결과가 학생들의 대입 유·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실력보다는 A·B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 2011년 구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을 발표할 당시부터 예견됐던 문제였다. 당시 ‘검증되지 않은 개편안이 공교육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졌지만 교과부는 ‘수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라며 충분한 검토 없이 관련 정책 추진을 강행했다.

수백억 원 들인 NEAT는 어디로

지난해까지 개발비로만 396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 NEAT는 본격 시행도 못해본 채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육부가 NEAT를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교육 과열과 함께 기술적인 문제 등에 대한 우려에서다.

교육부가 여러차례 모의시행을 해본 결과에서도 60만 명이 응시하는 대입 시험으로는 쓸 수 없는 오류 가능성과 시행상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현재 니트 1회 수용인원은 1만 1000명 정도로 60만 명이 시험을 보려면 60차례에 걸쳐 시험을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고3 수험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니트 2, 3급 시험에서 전산오류까지 발생해 신뢰도에 금이 가기도 했다.

급변하는 수능정책에 술렁이는 학교, 학생들 "혼란"

대입개편시안이 발표되면서 교육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수험생은 수험 부담을 줄이자는 교육당국의 취지와 달리 급변하는 수능 정책에 준비해야 할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고교 1~2학년 중에는 이미 A/B형 수준별 영어학습을 시작하거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준비한 경우도 있는데 당장 2015학년도부터 모두 폐지되는 바람에 낭패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수험생은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일선 고교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은 새로운 대입전형을 파악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개편안에 따라 대입 전략을 다르게 세워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교사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7일 논평을 통해 “대입전형 간소화 취지 및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교육과정 개편 혼란과 학업부담 가중 등 우려를 고려해 현장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통해 “무늬만 간소화일 뿐 실제 학생들의 학습부담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 동안 학교교육정상화에 역행했던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만한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학선발체제가 학교교육과정을 왜곡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대학서열체제의 해소와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