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병원 병원장 인선이 병원장 공모에 참여한 후보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이미 사임한 현 병원장을 설득해 다시 기용하는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이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법인과 교단, 학교 등의 파벌과 보이지 않는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 마저 야기시키고 있다.
학교법인 원광학원(이사장 이성택)은 현 병원장인 제16대 정은택 병원장의 임기가 2월 말 종료되고 현 정은택 원장이 사임 의사를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최근 제17대 신임 병원장 인선을 위한 공모(15일 마감)에 들어갔었다.
그 결과, 외과 이정균 교수를 비롯한 외과 소병준 교수, 방사선과 문성록 교수, 정신과 이상열 교수, 안과 양영식 교수 등 교수 5명이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저마다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명망 있는 교수일 뿐만 아니라 원내에서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칠정도로 업무 능력면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있는 인물들이다.
이에 따라 원광학원은 병원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들 5명의 교수 중 2명의 후보를 선정해 법인에 통보하고, 법인에서 최종 적격자를 병원장으로 임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절차에 따른 예상과 달리, 원광학원은 공모에 참여한 후보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이미 사임한 현 병원장을 설득해 재기용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병원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한 인사 중에 마땅한 적임자가 없자 그간 무난하게 병원을 이끌어온 정 원장이 한차례 더 병원을 이끄는 쪽에 무게를 두고 설득에 나섰고, 그동안 완강한 고사 입장을 밝힌 정 병원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와 같이 결론지어 졌다”고 밝혔다.
이 같이 표면적 배경으로는 병원측의 설명대로 ‘공모에 참여한 교수 중에 적격자 없어 현 병원장을 재기용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기실을 보면 ‘법인과 교단, 학교 등의 파벌과 보이지 않는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법인과 교단, 학교 안팎의 중론이다.
더욱이, 병원장 인선 과정에서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행태는 절차상 하자 등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먼저, 17대 병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출하겠다고 공고까지 한 만큼, 공모에 참여하지도 않은 현 병원장을 절차 없이 재기용하는 것 자체가 절차상 하자가 아니냐는 지적을 초래했다. 다시 말해 현 병원장이 자격조건을 충분이 갖췄더라도 이번 병원장 인선방식이 공모인 만큼 관련 절차를 충실히 거쳐 추가로 있을지 모를 후보 등 모든 후보와 동등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이로 말미암아 공모에 참여한 명망 있는 교수들 모두가 사실상 ‘병원장 자격이 부족한 함량 미달 인사’로 낙인찍히거나 ‘들러리’로 전락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실제, 병원장 공모 과정에서의 오락가락한 행태가 병원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며 이를 두고 병원 안팎에선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현 병원장을 재기용하려면서 뭐 하러 병원 어수선하게 공모 절차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이랬다 저랬다 애들 장난 같은 병원장 공모로 인해 애꿎은 교수님들만 뭔가 하자나 문제가 있는 듯한 사람으로 오해사기 딱 좋은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병원장 인선을 둘러싼 법인내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보통이 아니다”며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병원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모 인사가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의 인선이 어렵게 되니까, 현 병원장을 재기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빚어진 것이라는 말이 병원 곳곳에서 나돌고 있다”고 원내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