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3선 중진의 탈(脫)기득권 등 ‘호남발 개혁 공천’으로 요약되는 총선 공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 호남발 물갈이론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천안은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새지도부가 그동안 주창해온 '물갈이론'과 맥을 같이하면서 공심위의 공천 기준안이 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등 3선 이상 호남 중진들의 물갈이가 현실화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민주정책硏 '탈 기득권' 공천안 제시
민주통합당 산하기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호남발 개혁 공천’으로 요약되는 민주통합당의 총선 관련 문건을 지난 24일 마련해 한명숙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호남 등 우세지역 3선 이상 중진의 ‘탈(脫)기득권’에 초점을 맞춘 개혁공천 방안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호남, 야권 우세지역에서 3선 이상은 불출마 또는 여당 현역의원 지역에 출마 ▶공심위원 전원을 총선 불출마로 구성 ▶부정부패 연루자 공천서 배제 ▶철새 정치인 공천 제외 등이다.
다음 주께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가 꾸려지고 본격 가동되면 다소 조정이 있겠지만 이 보고서에 제시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기적으로 촉박한 공천일정을 감안하고 ‘공천개혁=정치개혁’이 대원칙임을 전제할 때 내주 발족될 ‘공심위’가 이 방안을 밑그림으로 활용할 공산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호남 중진 ‘탈 기득권’ 행보
이 같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대상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정가에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3선 이상 국회의원은 전체 89명 가운데 30.3%인 27명이다. 이 가운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12명이다.
전북 도내 3선 이상 의원은 정세균(4선, 진안·무주·장수·임실), 정동영(3선·전주 덕진), 강봉균(3선·군산), 조배숙(3선·익산을), 이강래 의원(3선, 남원·순창)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이미 정세균·정동영 의원은 이번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뒤, 현재 서울 종로와 강남을 출마를 각각 선언하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놨다.
전남에서도 김효석 의원, 유선호 의원 등이 서울이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면서 ‘탈기득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출신인 김부겸 의원은 야권의 무덤이라는 대구 출마를 선언해 다른 다선 의원들이 버틸 명분을 궁색케 하고 있다.
전북 ‘강봉균·조배숙·이강래’ 대상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도내에서는 강봉균·조배숙·이강래 의원 등 3명이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민주정책연구원이 제시한 방향대로 공천이 이뤄진다면 이들은 현 지역구를 떠나 서울로 가거나 아니면 불출마를 해야 한다.
이에, 정치권은 민주정책연구원이 제시한 방안이 결국 '호남 물갈이'의 방향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역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 출마는 사실상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것인데 수도권은 현재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넘쳐나고 있어 그곳에서 당내 경선과 본선을 뚫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남 중진들은 이 문건의 의도를 ‘3선 이상은 아예 불출마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도내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왜 선거때만 되면 호남이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정책 능력이나 정무능력, 의정 활동과 관계없이 불출마해야 한다거나 한나라당 우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현역의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정치신인들은 이번 방안이 “기성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안”이라면서 크게 환영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도내 한 예비후보는 “민심을 저버린 구태의연한 정치행태 등이 반복되는데도 이를 공천과정에서 심판하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의 정치 환멸과 피로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번만큼은 현역 중진들의 기득권 배제를 통한 공천혁명으로 현 시대상에 맞는 정치혁신을 꾀해야 한다”며 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