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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를 논하다

[기고]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등록일 2011년11월25일 10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생각의 좌표>란 책을 통해 만난 홍세화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경기고, 서울대를 나왔으면서도 출세의 길을 생각하기보다 더 큰 것을 생각했고, 좀 더 근원적인 것을 탐구했던 사람이다. 그 와의 만남은 가을날에 즐거움 이었다.

그에게 더 큰 것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었고, 좀 더 근원적인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모색이었다. 이런 홍세화가 쓴 <생각의 좌표>는 말 그대로 에세이다. 에세이는 손이 가는대로 쓰는 글이다.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불러주는 대로 편하게 쓰는 글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의 좌표>를 편하고 쉽게만 읽을 수 없었다.

이 책 속에는 짐승 같은 시대를 살아왔던 홍세화의 인생이 담겨있고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만 했던 쓸쓸함이 배어있다. 또 결국은 조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이 땅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줄 곧 홍세화가 되었다. 야만의 시대에 함께 분노했고, 이국 땅에서 함께 쓸쓸해했으며,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진단과 분석에 적극 동의하였다.

홍세화가 말하는 한국사회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사회. 이웃과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보다는 약육강식의 사회.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변절이 일반화된 사회.

젊은이들마저도 물신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져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지 못하고, 오직 출세와 생계를 위하여만 젊은 시절을 저당 잡힌 사회가 오늘의 한국사회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돈이 지배하는 회색의 물신사회에서도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홍세화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쓴다. 젊은이들에게 ‘사유하는 인간’으로써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편한 비루함보다는 불편한 자유 쪽에 서려고 했던 삶의 궤적을 통해, 그래도 탄식보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저자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묻는 물음이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음식을 먹어왔듯이, 지금의 내 ‘생각들’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들어온 것이다. 부모, 교사, 이웃 그리고 이 사회가 나에게 생각을 주입시켜왔다. 따라서 우리 안에 채워진 ‘생각’, ‘주장’, ‘이념’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지배적인 그것’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일제 식민 시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지배자들이 일방적으로 강요한 무한경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은 우리의 ‘생각의 중심’이 되고 ‘사고의 틀’을 형성했다.

따라서 홍세화는 한국 교육 문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말한다.

한국 교육 제도의 문제점은? 
저자에 의하면 오늘날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대학교의 서열화에 그 원인이 있다. 한국은 대학을 1류, 2류, 3류로 나누고 1등 대학, 2등 대학, 3등 대학으로 등수를 매기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권력, 부, 지위를 소위 스카이(S.K.Y) 대학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학벌체제가 현대판 신분제도가 된 상황에서, 학부모, 학생, 학교는 모두 일류대 입학에 목숨을 걸게 된다.

이를 위해 일선학교는 모든 것을 올인 하여, 학생들을 살벌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오직 입시만을 위한 암기교육에 집중하며 1등에서 꼴등까지 줄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선행학습과 복습학습을 끝없이 반복하며 모두가 지쳤고 공부를 지겨워한다. 자기 적성을 찾을 수도 없고, 적성에 관련된 과목에 집중할 수도 없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체육, 미술, 음악 등은 학교와 학생 모두로부터 천대받고 있다.

이 같은 교육 환경 속에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 친구간의 우정, 학창시절의 추억 등은 이미 기대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홍세화는 한탄한다.

한국 학생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하면서도, 가장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는다. 이런 ‘글쓰기와 독서’의 부재는 인문사회과학의 위기를 가져왔다. 또한 인문사회과학을 논리는 없고 정답만 있는 반(反)학문으로 왜곡시켰다.

한국 교육에 대해서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 점이다. 자율성이 없이 경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기존 질서와 체제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양육되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학생들은 일상에서 억압과 차별을 몸에 익혀서, 인권침해를 받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또 학업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들이 특권을 당연시 여기며, 사회 환원 의식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을 찾기 어렵게 된다. 이는 나중에 서민들이 지배 세력의 주장들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드리는 ‘자기 자신의 배반’에 까지 연결된다.

나눔과 분배 그리고 무상교육
지식인, 정치인, 경제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 이야기 하면서 실제 행동은 거꾸로 한다고 홍세화는 질타하고 있다.

나눔은 시혜, 온정, 베풂의 의미를 가진 ‘사적 영역’이고, 분배는 ‘공적 영역’으로, 제도에 의한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홍세화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큰 폭의 분배가 제도화되고 나눔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한 각종 신문과 방송 등은 ‘나눔 캠페인’은 적극적으로 벌이면서 분배의 제도화에 대해서는 반대로 일관한다. 결국 이들이 ‘나눔’을 강조하는 것은 나눔으로 분배의 요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다.

저자는 유럽인들을 예로 들며, 우리보다 훨씬 개인주의자들인 그들도 사회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부유층, 지배층들에게서 이런 사회 연대 의식을 기대할 수 없음은, 국민들의 견제력이 작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견제력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을 때 가능하다.

홍세화는 프랑스에서 살면서 받았던 무상교육 혜택을 되새기며, 한국에서도 무상교육제도가 이루어지는 꿈을 꾸고 있다. 무상교육제도는 그 자체가 계층 간, 세대 간 사회적 연대의 실현이다. 무상교육제도는 가난한 서민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사회 연대 의식을 갖게 한다. 또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사회 환원 의식을 갖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유럽이 국민 소득 6천~7천 달러 수준일 때, 대학무상교육을 실시했음을 상기시키며, 국민 소득 2만 달러인 오늘의 한국 사회가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청년들이여 자기성숙을 모색하라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생각의 좌표’를 쓴 저자는 간곡히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주의에 물들지 말고,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기르라고 말한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자유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자기 성숙의 모색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단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이기에 그 길이 더욱 중요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다.

공평과 정의가 먼저 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홍세화를 만나고 싶다. 나는 당신의 진정성과 헌신성을 닮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분석에 대부분 동의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 홍세화가 꿈꾸고 강조하는 복지국가가 되는 첩경은 공평과 정의가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복지수요를 계속 양산하는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정의롭게 먼저 세우지 않고, 복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한국사회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첫 걸음은 모든 분야에서 공평과 정의를 먼저 세우는 것이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반칙과 특권이 없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평하고 정의 사회를 먼저 만들고, 복지(분배)로 보완하는 것이다.

<생각의 좌표> 저자 소개
홍세화 : 서울대 문리대 졸업후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2002년 귀국하여 언론인, 작가 등으로 활동하였다. 프랑스 망명중에 쓴<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였다>의 저자로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생각의좌표’ ‘ 쎄느강은 좌우로 나누고 한강은 남북으로 가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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