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익산시민협)에서 주도한 ‘민주당 심판,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익산시민협 소속 단체의 한 간부가 이 모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표자회의에서 ‘내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다’는 협의 사항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후보단일화에 참여하면서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자, 그동안 중재 역할을 맡았던 익산시민협이 후보단일화 연석회의 중재자 역할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초 민주당 심판위한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동참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잇따라 입장을 바꿔 중도 이탈하면서 나머지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반쪽짜리 후보’라는 평가와 구도가 불가피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로써 ‘민주당과의 1:1구도를 만들어 심판하자’는 기치로 시민사회에서 내세웠던 ‘범야권 시민후보’란 명분과 슬로건도 제 효력 발휘가 힘들게 됐다.
익산시민협 소위원회(위원장 이종원)는 23일 ‘책임정치 포기한 민주당 반대 후보 단일화 연석회의’ 3차 회의를 열고, 소속 단체의 한 간부가 후보단일화에 참여해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해’라는 입장을 표명한 뒤, 그동안 맡았던 후보단일화 연석회의 중재자 역할을 철회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협의회 소속단체 상근활동가의 출마와 관련해 “지역 일각에서 협의회의 공정성, 중립성 및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인의 출마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협의회의 권한 밖의 일로써 협의회가 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와의 선을 그었다.
이들은 하지만 “협의회와 개인후보를 동일시하는 일각의 오해로, 연석회의 중재자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추후 후보단일화의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재역할을 철회하기로 22일 협의회 대표자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의 중재철회에도 불구하고 기왕 만들어진 연석회의를 통해 민주당의 무책임한 정치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비민주당 후보 단일화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민주당 심판, 범야권 단일 시민후보’ 추진을 주도했던 익산시민협이 중재자 역할을 철회하면서 앞으로는 각 후보 진영끼리 직접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하는 등 범야권 단일후보 추진이 더욱 불투명한 국면으로 빠져들게 됐다.
더구나, 1차 회의 당시 후보단일화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노동당이 지난 2차 회의 직전 후보 단일화연대회의 참여 의사를 철회한데 이어 2차 회의 때까지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뜻을 같이했던 진보신당도 3차 회의에서 참여 의사를 철회하는 등 진보성향의 정당들이 잇따라 중도이탈하면서 '시민 후보'란 기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나머지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반쪽짜리 단일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이 민주당 심판을 기치를 내건 범야권 단일후보 추진이 물거품이 될 위기상황에 처하자, 후보단일화 연석회의의 판을 만들어 놓고 대안 없이 중재역할을 포기한 익산시민협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A후보측 관계자는 “익산시민협이 중재역할 포기의 명분으로 ‘자신들에 대한 오해와 추후 후보단일화의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지만, 이로 인해 범야권 후보단일화가 무산되고, 나아가 민주당에 대한 심판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그렇게 무책임한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민주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참여당과 무소속후보들은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뤄 민주당을 심판해야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실은 자신위주의 단일화가 안 이뤄질 경우 독자출마 가능성도 배제 않고 있는 등 후보끼리의 단일화 과정 하나하나에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한편, 23일 오후 5시 현재 익산시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민주노동당 김정열 후보와 무소속 김형화 전 시의원, 무소속 양재석 익산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회장, 임형택 전 익산희망연대 사회창안팀장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