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팔아서 빚도 갚고, 모종값도 줄라고 했는데, 또 어떻게 1년 살림을 꾸려나가야 할지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
자식 키우듯 애써 가꾼 토마토와 수박 등 시설작물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겨 한해 농사가 헛수고가 되자 시설농가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익산시 용동면 구산리 시설하우스 30여개 동에서 토마토와 옥수수를 기르는 이종창씨(56)가 자식 키우듯 애써 가꾼 토마토와 옥수수 등 시설작물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겨 한해 농사가 헛수고가 되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방울 토마토와 수박 생산단지로 이름난 용동면 구산리 일대의 시설원예단지.
15일 오후 취재팀은 익산시 중에서 농작물 피해가 컸던 이 일대 하우스시설 농가를 찾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10일부터 내린 폭우로 애지중지 키우던 토마토와 수박·옥수수 등의 시설작물들을 모두 잃게됐다.
사흘간 이 지역에 내린 400㎜이상의 폭우는 이 일대의 들녘의 시설하우스를 모두 삼키고 말았는데,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은 한마디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용안에서 강경방향으로 가는 지방도로 좌측에 밀집된 시설하우스농가 대부분이 말 그대로 거대한 물폭탄을 맞아 쑥대밭이 됐다
하우스시설 곳곳이 찢어진 채 철재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내부의 방울토마토, 수박 등도 하우스 3분의 1지점까지 차오른 물이 더디게 빠진 탓에 일제히 바닥에 널브러진 채 썩어가고 있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옥수수나 고추 역시 물에 장시간 잠겨 물러지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초가 되었다.
다행히 수도작 농가의 벼는 물이 다 빠지고 햇볕이 쨍쨍하자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성도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수해를 당한 농민들은 복구지원 나온 군인과 공무원에게 연신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행정 지원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군인과 공무원들이 수거해 놓은 폐비닐 등 폐기물처리가 쉽지 않아 골치를 썩이는 만큼 행정이 나서서 처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설하우스 30여개 동에서 토마토와 옥수수를 기르는 이종창씨(56)는 “출하를 앞두고 있던 작물들이 모두 물에 잠겼는데 그 피해액이 모두 2,3천만 정도로 보고 있고, 고장난 기계들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수억 원에 이른다”며 “치울 엄두조차 못냈는데 군인장병들이 도와줘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된 것 같고, 수거한 폐기물만 행정에서 치워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15일 용동면 구산리 침수피해시설 복구현장에 지원 나온 군인과 공무원들이 물에 침수돼 쓸모없게 된 바닥 비닐을 벗겨내고, 부패하기 시작한 수박과 토마토 등을 걷어내고 있다.
재해보험 적용 등 피해농가 대책 ‘절실’
취재팀이 찾았던 이날도 7공수부대 장병과 익산시청 공무원 등 약 100여명이 복구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복구현장에 지원 나온 군인과 공무원들은 쓸모없게 된 바닥 비닐을 벗겨내는가 하면 부패하기 시작한 수박과 토마토 등을 걷어내며 농가들의 일손을 도왔다.
익산지역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약 4,365동에 290ha의 시설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민들의 피해는 농작물뿐이 아니었다. 흙탕물이 삽시간에 하우스 중간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내부에 있던 난방기, 모터, 하우스 시설 등 1대에 수백만 원~수천만 원씩 하는 고가의 기계장비 수십 대가 모두 망가져 걱정이 크다.
수리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물 먹은 장비를 고치기가 쉽지 않아 농사를 다시 지으려면 빚을 내서 새로 장만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마을 들녘 시설하우스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당장의 생계대책을 걱정하는 처지다. 일부 주민은 수해로 여름 농사를 망치면서 당장 영농자금 상환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보험제도라도 뒷받침해주면 좋으련만 시설농가들에겐 딴 나라 얘기다. 현행규정상, 시설수박과 토마토 작물은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토마토와 수박 등 시설농작물의 재해보험 적용과 함께 농기계 수리 지원, 영농자금 상환 연기 등 관련당국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한 대목이다.
용동면 구산리의 이종창씨의 아들 이한준씨가 1대에 수백만 원~수천만 원씩 하는 난방기, 모터, 하우스 시설 등 고가의 기계장비 수십 대가 모두 망가져 걱정이 크다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폭우 당일 배수펌프장 가동됐나 ‘의문’
웬만한 폭우에도 아무 지장 없이 시설농사를 지어 왔던 농가들은 이번 침수 피해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중인 배수펌프장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으로 보내는 3개의 배수펌프장이 제대로 가동 안 돼 침수 피해가 컸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이미 피해대책위를 구성한 이들은 국민권익위 등 관계요로에 진상규명 촉구 진정을 제기하며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전제한 A농민은 “10년 이상 이곳에서 농사를 졌지만 이 같은 침수피해는 처음으로, 이 정도 비로 농로 위는 물론 하우스 3분의 1지점까지 침수될 수가 없다”며 “이곳 인근에 농경지 침수를 막기위해 3곳의 배수 펌프장이 가동되고 있는데, 침수 피해 당일 금강수계 문제로 이곳의 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있어, 주민들이 현재 대책위를 구성해 국민권익위 등 관계당국에 진정을 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