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서동축제의 현주소
지난해 열렸던 서동축제가 지역정체성이 결여된 천편일률적인 타유사축제 프로그램 나열에 불과하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익산의 독특한 산업자원과 문화·예술자원을 상호 연계해 서동축제를 생산적인 컨텐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졸속 축제에 머물게 하는 원인은 위원회 구성 과정을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축제에 관한 공무원들의 텅빈 마인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본지는 축제가 정체성 알리기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혈세를 좀먹고 있는 현장을 짚어보고 서동축제를 진정한 시민들의 축제로 돌려주는데 기여코자 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가. 준비 부실/ 나. 공모 불투명/ 다. 차별성 부재/ 라. 졸속 행사/ 마. 지역인프라 참여 미미/ 바. 식물기구/ 사. 불충분한 연구/ 아. 불순한 위원회/ 자. 생산적 컨텐츠 부재/ 차. 유명무실한 서동선발대회/ 카. 시민 소외
익산시가 서동축제 개막 한달 안팎에 임박해서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홍보물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등 늑장행정의 전형을 보여 줘 행사가 졸속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는 여론이다.
이는 전주 소리축제가 지난 1월 18일 포스터 이미지 공모를 마치고 같은 달 24일에는 축제의 주제를 비롯한 일정과 프로그램 등 큰 그림을 이미 마친 것에 극대비되는 행정 행태이다.
특히, 소리축제는 지난 2월 16일 축제프로그래머 위촉과 운영본부 꾸리기를 완료하고 새롭게 마련된 주제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8개월동안 자체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종 문화단체의 여론을 수렴하여 축제에 반영했다.
그러나 익산시 박양수 문화계장 등은 6월에서야 지난해 서동축제 감독이었던 배제대학교 정강환교수를 대전까지 찾아가 부랴부랴 감독으로 섭외했다. 이에 정 감독은 마지못해 수락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민선4기 이한수시장의 취임 일주일을 앞둔 지난 6월23일 채규정 시장은 정교수를 서동축제 감독으로 전격 선임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공직사회 일각에서조차 "취임 일주일 앞두고 공무원들이 축제 감독을 결정하도록 퇴임 시장에게 결재를 유도하는 자체가 업무 파악도 안된 신임 시장에게 큰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타 지자체의 축제처럼 일찍이 감독을 선임해 홍보에 역점을 두었거나, 아니면 새로운 시장에게 추진 방향을 물어 추진하는게 순리인데 퇴임 일주일 앞두고 결재를 유도한 것은 공
무원인 자신도 의아스럽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공무원들이 축제의 총괄적인 의사 결정기구인 축제추진위원회를 유명무실한 기구로 만드는 등 월권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축제의 모든 의사 결정 권한이 추진위원회에 있는 만큼 축제 감독도 추진위원회 자체 내부 회의를 통해, 다수 추천을 받아 위원 전체의 의견과 승인 절차를 거쳐 선임해야 하는데도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사전에 감독을 내정해 놓고 요식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는 월권 행위를 일삼는 등 추진위를 식물기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강환 감독은 지난 22일 "올해에는 서동축제를 맡을 생각이 전혀 없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 분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특별한 대안이 없으니 다시 감독을 맡아달라고 사정을 말해 고민하다가 이번 한번 더 하기로 수락했다"고 감독으로 선임된 배경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딱 닥쳐서 섭외된 감독이 축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나 있겠냐"며, "서동축제를 바로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텅빈 마인드로 축제를 신분상승의 거래수단으로 삼고, 축제에 관해 학습조차 하지 않는 공무원 조직을 개편하라"고 촉구한다.
서휘석 교수는 이에 대해 "2005년도에서 존속된 서동축제 추진위원회 소위는 당초, 정감독이 이끈 축제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외지 인물이 아닌 지역 내에서 축제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중지를 모았으나, 시장이 바뀌면서 갑자기 관주도로 돌변해 이같은 결과를 낳게 됐다"며, "나도 서동 축제위원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느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양수 계장의 경우 축제 프로그램이 어떻게 마련돼야 하는지의 마인드도 없으면서, 소속부서장도 모르게 운영본부장이 추천한 실무조직원을 독단으로 배제시키고 홍보물 심사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부적절한 공무원이라는 지적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완종 문화관광과장은 "나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축제본부장이 추천한 실무진을 공무원이 임의대로 배제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분명 잘못이다"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이같은 익산시의 보고체계 누수와 허수아비 과장에 대한 논의는 자치단체 안팎에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6년 서동축제가 시기적으로 급조되는 바람에 시민참여공연 등 출연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섭외가 불가피하게 되는 등 졸속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어 주제에 걸맞는 형식의 행사가 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또한 서동선발대회의 경우 축제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적어도 한두달 전에 미리 행사를 치르고, 선발된 서동으로 하여금 관내 인구 밀집 지역이나 수도권 등 타지의 축제장이나 번화가에서 홍보사절로 활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개막 13일을 앞두고 중앙체육공원에서 서동선발대회를 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의미조차 퇴색시키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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