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잇따른 공직비리로 명예와 위상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익산시 공무원들이 민선 5기 출범을 앞두고 부패척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끈다.
민선 4기 연이은 공직 비리로 연일 언론 지면을 달구며 익산시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등을 감안하면 신선한 출발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구호 보단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게 지역민들의 엄중한 주문이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민선 5기 출범을 앞두고 공직자로서 깨끗한 공직풍토 조성에 앞장서고 청렴 생활 실천에 솔선수범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를 갖는 등 공직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섰다.
익산시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들이 금품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가 드러날 경우 즉각 감사담당관실이나 국민권익위에 신고하겠다는 ‘청렴 서약서’를 작성해 시 감사담당관에 제출했다.
이 서약서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직, 공정,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청렴하고 건전한 생활을 솔선수범함으로써 시민의 기대에 보답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는 하급자에게 부당한 지시 금지와 특정인에게 특혜나 차별금지, 여비나 업무추진비 적정사용, 인사 청탁금지,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알선과 청탁 금지,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재산상 거래 금지, 직무관련자로부터 부동산이나 금전 차용을 금지하는 등,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이 세부적으로 담겨있다.
또한 업무와 관련 있는 업체나 개인에게 경조사를 통지하지 않고, 5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거나 받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시 공무원들은 이 같은 서약내용을 위반하거나 위반사실을 알게 될 경우 즉각 행동강령책임관(감사담당관)이나 국민권익위에 신고하기로 했다.
감사담당관은 전체 공무원들이 작성한 이 서약서를 24일 청렴교육을 실시하는 자리에서 결의대회를 연 뒤 이한수 익산시장에게 전달했다.
익산시는 이 같은 공직자들의 의지를 다짐하고, 깨끗한 공직풍토 조성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청렴실천 결의대회 및 청렴교육’을 24일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졌다.
시가 이처럼 청렴 결의대회를 가진 것은 4급 공무원이 인사비리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실형을 받은 것을 비롯해 공사 비리 뇌물수수 혐의로 감사원 조사를 받던 6급 공무원이 자살하는 등 공직 비리 사건이 잇따르면서 익산시 공직사회의 명예와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행사는 민선 5기 출범을 앞두고 과거의 불명예를 떨쳐버리고, 보다 청렴하고 신뢰받는 공직자상을 재정립하고 투명한 행정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 자리에서 익산시청 공무원 600여명은 이 같은 결의를 다짐하며 작성한 청렴서약서를 이한수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는, 공직 비리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무원들의 자정 의지가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전시성 '서약'보다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이 ‘우선’
하지만 이 같은 서약서의 실효성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보여주기 식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싸늘한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A 공무원은 “내라고 해서 내긴 했지만 과연 청렴 서약서를 쓸 때 진정으로 본인 마음이 우러나와서 쓴 직원이 몇이나 되겠느냐? 아마도 위에서 하라고 해서 썼을 테이고 대회 참가도 마지못해 갔을 것이다”며 “대다수의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김 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B 공무원은 “이런 대회를 한다고 수십 년 동안 타성에 젖은 일부 공직자의 부조리 근성이 일소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청렴한 공직풍토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원 스스로가 뼈저린 자기성찰과 강력한 자기혁신이 선행돼야 하고, 제도적으로는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은 계약과 입찰 부문 등에 과감한 제도개혁과 시스템을 구축으로 투명한 행정흐름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