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감사원이 국가인권위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가 사실관계를 철저히 왜곡한 표적감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의원(민주당·익산갑)은 6일 입수한 감사원 내부 문건을 근거로 "지난해 인권위 감사 당시 감사원이 행정안전부의 답변을 통해 당초 인권위가 감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표적감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이 내부 문건은 행안부와 감사원 사이에 오간 2건의 질문 답변서로, 당시 행안부는 인권위가 조직개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가 독립기구로 유지되기로 결정돼 '정부 조직 개편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권위가 개편의무가 없는 만큼 조직정비 목적의 감사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행안부가 인권위 조직 개편을 하지 않았다며 문책성 처분요구서를 작성했다.

또 인권위의 조직개편과 관련, 행안부가 ‘정부 조직관리 지침’은 강제성 없는 만큼 각 부처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겨져 있다고 답변한데 반해, 감사원은 조속한 조직개편을 요구하는 처분요구서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행안부를 압박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인권위의 인원 21%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볼때, 감사원이 애초부터 인권위가 정부조직 개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직개편을 요구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으로, 이같은 작용이 결국 인원축소로 이어지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표적감사로 인권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초래하기 충분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내부문건에는 조직축소와 관련한 감사원의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드러나 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역사무소 인력증원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는 인권위의 지역사무소를 설치할 때 신규 업무량 증가를 고려했다고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행정안전부가 새 업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인권위의 지역사무소 인력이 동결된 반면 업무량은 2001년 1,151건에서 2007년 17,534건으로 15배 늘어난 만큼 본부 인력을 지역사무소에 배치하면 문제가 가중된다는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감사원은 업무량이 무려 15배가 넘게 늘었는데 인력을 증원했다는 이유로 주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감사원이 인권위 조직축소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인권위 감사는 감사근거도 맞지 않은 맞춤형 표적감사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