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지 말라.
오늘 6.10 민주항쟁 22주년을 맞는다.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죽고 6월 연세대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죽는 참극을 계기로 수많은 국민이 “독재 타도”를 외치며 저항했다.
22년이 흐른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물결 속에서 점점 ‘제 2의 민주화 항쟁’을 우려할 정도로 분노의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으며, 현 정국을 우려한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일파만파 확산 일로에 있다. 온갖 희생을 통해 쟁취했던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 들어 명백하게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자 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해 왔다. 작년에 들불처럼 번졌던 평화적 촛불시위를 강압적으로 막으며, 시민운동 지도자들은 물론 ‘유모차 부대’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을 남발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는 이른바 ‘원천 봉쇄’했고, 온갖 평화적 시위조차 ‘강제 해산’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우’하겠다면서도 애도와 추모의 발길조차 막기에 급급했다.
둘째,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인터넷까지 통제하거나 장악하려고 시도해 왔다. 임기가 보장된 방송사 대표를 강제로 물러나게 했고, 방송 내용과 관련하여 PD를 소환하기도 했으며 국내외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논객을 구속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여론의 반대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관련 악법들을 만들어 일부 유력 신문과 방송을 정부의 홍보매체로 악용하려 하고 있다.
셋째, 소수의 기득권 계층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펴면서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용산 철거민들의 시위를 무리하게 진압하며 끔찍한 결과를 불러 왔다. 그리고 고용자들의 편에 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그들의 불만 표출에는 연행과 구속을 일삼으며 급기야 그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아 왔다.
넷째,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진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무시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크게 후퇴시키고 한반도를 갈등과 긴장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전 정부들과의 이념 차이 때문에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한 측면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고의적으로 ‘안보 불안’을 조성하여 난국을 돌파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다섯째, 더욱 심각한 것은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와 지식인 집단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사과와 반성’ 그리고 ‘소통과 화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애써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을 무시한 채 검찰과 경찰의 물리력에만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하며 동시에 준수 여부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1. 현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1. 현 정부는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 등의 언론을 통제하거나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1. 현 정부는 모든 MB 악법 추진은 물론 녹색을 가장한 4대강 정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서민들의 슬픔과 분노를 달래며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I. 현 정부는 초중고 학생들을 무한경쟁 속으로 내몰아 혹사시키는 비인간적 교육정책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1. 현 정부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자주적으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극적 죽음으로 몰아 세운 데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국세청과 검찰, 경찰을 앞세운 강압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야당은 물론 시민운동단체들까지도 국정의 동반자로 삼아 진정한 국민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
2009년 6월 10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원광대학교 서명 교수 92인 일동
서명자 명단
강남호, 강연호, 권문봉, 김강주, 김덕중, 김도공, 김도종, 김석우, 김성장, 김순금,
김인휴, 김원신, 김윤철, 김은진, 김재용(현대문학), 김정중, 김정화, 김정희, 김평기,
김학성, 김흥주, 노권용, 박광수, 박맹수, 박상권, 박성주, 박정의, 박종희, 박하정,
서 윤, 소홍섭, 손충기, 송광섭, 송용종, 신순철, 신종섭, 심호택, 안승모, 여태명,
염승룡, 오석규, 오세영, 오승한, 오승환, 오효원, 원유상, 유권홍, 유성열, 유지원,
윤시향, 이기학, 이동원, 이문영, 이서울, 이성재, 이승우, 이재봉, 이진호, 이흥수,
임광현, 임윤경, 임현대, 장성환, 장준철, 전병훈, 정광우, 정동운, 정명기, 정명수,
정은경, 정진철, 조영삼, 조인주, 조용재, 조재성, 조희중, 주종천, 진찬용, 채갑병,
채구묵, 천길정, 최경규, 최경봉, 최병민, 최운정, 최재규, 최정열, 하정일, 한내창,
허 걸, 황용규, 황창용 이상 92인
가나다 순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