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일선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란 1석 2조의 효과를 얻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희망근로프로젝트’가 항구적이거나 반영구적이 아닌 단순공공근로 수준에 머무는 등 산재된 문제점을 안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6개월간 한시적이어서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한 실직자들에게 사실상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고, 기존 공공근로사업과도 유사해 자칫 중복성에 따른 예산 낭비와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임금의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은 ‘전액 현금지급’을 규정한 현행 근로기준법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또 상품권 유통기간을 3개월로 못 박아 소비를 강제한 점 등은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익산시, 107억9천910만원 투입, 1천582명 채용
14일 익산시에 따르면, 정부가 1조7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저소득층 실업자 등 25만명에게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각 지자체별로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한다.
익산시도 정부 정책에 따라 참여 대상자를 오는 19일까지 각 읍면사무소와 주민센터를 통해 모집해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총 107억9천910만원(시비 10억8천만원을 비롯 도비 8억2천6백만원, 국비 88억9천3백만원)을 투입해 1천582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관련 예산은 오는 추경에 반영해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환경정비사업, 재해정비사업, 주거환경조성사업, 자전거이용시설확충, 안전시설정비, 지역공공시설물 개․보수사업 등에 투입되며, 하루 8시간 주당 5일간 근무할 경우 월 83만원(교통비 하루 3천원 별도) 가량의 임금을 받게 된다.
시는 신속한 소비를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들 임금의 30%를 유통기한 3개월짜리 상품권(1천원ㆍ5천원ㆍ1만원권 3종)으로 지급 할 방침이다.
참여 자격은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이고 재산이 1억3천500만 원 이하인 만 18세 이상으로 실직자와 휴ㆍ폐업자 등이 우선 선발 할 예정이다.
단순공공근로 '수준'...높은 실업난 극복 '한계'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업의 실효성 여부.
정부는 이번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저소득 실직자들을 구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실직자들의 안정적인 취업 기반조성은 사실상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이번 사업 기간이 6개월로 한시적인데다 사업비의 75%를 인건비로 사용해야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국 일자리는 반영구적이 아닌 공공근로처럼 단순노무직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경실련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최근 내놓는 일자리 정책들을 보면 고용유발계수에 의존한 숫자놀음에 그치고 있다”며 “이런 단기성 한시적 정책들로는 구직자들의 실업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고, 업무의 숙련도를 높여 향후 안정적인 취업 기반 조성 마련도 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시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한정적이어서 사업의 취지에 맞는 공공사업을 발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대상사업을 단순취로사업이 아닌 ‘편익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사업 취지에 맞는 공공사업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 지자체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임금 30% 소비 강제...법 배치되고, 현실과도 동떨어져
임금 지급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근로자들의 임금가운데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해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지만, 근로기준법 43조 1항에 ‘임금은 통화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는 등 정부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상품권의 유통기한을 3개월로 못 박고, 농촌지역의 경우 상품권을 받지 않는 점포가 많은 현실을 감안 할 때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소득의 30%를 그 기간내에 무조건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은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현재 공모하고 있는 희망근로자는 계약기간이 분명히 명시돼 있는 명백한 계약직 근로자”라며 “법이 정한 근로자인 만큼 임금도 당연히 100%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희망근로 프로젝트 임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은 신속한 소비 유도와 재래시장 및 영세상인의 매출증대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 추진과 동시에 가맹점을 농촌지역까지 구석구석 개설할 계획인 만큼 상품권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