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특정 판사를 사건 배당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촛불재판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이춘석의원이 14일 밝혔다.

지난 14일 대법원 현안보고에서 이 의원은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판사’ 박재영 판사를 교묘한 방법으로 3개월간 사건 배당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히며, 촛불집회 관련사건 배당현황을 공개했다.

신 대법관은 촛불정국 초기 8건의 사건을 13단독에 배당해 판사들이 반발한 이후 “컴퓨터로 무작위 추첨 배당을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7월 15일부터 11월 5일까지 무려 4개월 동안 특정재판부를 배제하거나 또는 특정재판부에 한정해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복잡한 배당을 통해 결과적으로 6단독과 7단독은 사건을 전혀 배당받지 못한 것. 6단독은 공보판사를 겸하고 있어 언론접촉을 많이 해야 하는 만큼 배당에서 배려를 받았지만 7단독 박재영 판사는 배제가 목적이었다.

박재영 판사를 재판에서 제외시켰던 이유는 바로 안진걸 팀장 사건 때문이다. 박재영 판사는 7월 24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 사건 첫 공판 때 피고인 안씨에게 “가족과 헤어져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고 8월 11일 안진걸 팀장에게 보석을 허가했다.

박 판사가 사건을 배당받지 못한 것은 이때부터다. 8월 19일 사건부터 6단독과 7단독, 13단독이 배제되었고 범위를 지정해 배당을 할 때도 유독 7단독만 계속해서 배제됐다.

배당이 정상적인 무작위 배당으로 제자리를 찾은 것은 10월 형사단독 판사들의 2차 모임 후부터. 컴퓨터 추첨으로 배당이 시작된 후에야 박재영 판사는 공소가 제기된 57개의 사건 중 3개의 사건을 맡게 된다.

이처럼 신영철 대법관은 사건배당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몇 차례 재판에 대해 노골적으로 요구를 하기도 했다.

7월 말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박재영 판사를 법원장실로 불러들여 “법원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말썽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 또 신 대법관은 8월 11일 안 팀장의 보석이 허가되자 다시 박 판사를 법원장실로 불러들이고 이후에도 법원장과 형사수석부장이 한두 차례 더 박 판사를 불렀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춘석 의원은 “박재영 판사의 판결은 촛불 정국에서 사법부의 태도를 주시하던 국민들에게 바로미터가 되었던 사건이었고 이후 보석허가와 헌재 판결을 기다리며 재판을 중단하는 판사들이 늘어 신 대법관이 박재영 판사에게 노골적인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춘석 의원은 “전화나 이메일만이 아니라 특정 판사를 사건 배당에서 제외시키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재판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이제라도 대법원은 형식적인 윤리위원회에 기대지 말고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