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지역이 지난 26일 국가식품클러스터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민선 4기 익산시의 2008년 대미를 장식하는 낭보가 분명하다. 그런데 상당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뺏기는데 익숙한 시민 정서가 낭보를 누릴 기쁨을 유보하고 있는 탓이다.
과거 이리농림대학과 이리공업대학이 전주로 옮겨 가서 전북대학교가 되고, 익산에서 태동한 기독교방송국과 전라북도 최초의 국영방송 KBS이리방송국이 전주로 옮겨갔다. 경주마 육성목장, 양성자가속기, 혁신도시 등은 익산이 최적지라는 평가만 남겼고, 최종 입지선정은 힘의 논리에 지배됐다.
이것이, 익산시민들로 하여금 사업 완공 예정인 2015년까지 4천억원의 국비가 재 때에 척척 내려 올 것인가를 먼저 걱정하게 하는 기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정된 기간 내에 차질 없이 식품전문단지를 조성할 수 있기는 할까. 이번 최종 결정에는 어떤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냉정한 평가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지배된 결과였다면, 그 힘은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중앙정부의 사업 의지조차 퇴색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판국이니 익산시민들은 더 불안하다. 연간 10조원에 육박하는 생산유발효과와 4만8천명의 고용창출효과에 대한 기대가 일장춘몽에 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새만금이 그랬듯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흔들리고 수정되는 국토균형발전 정책들에 대한 학습효과 탓이다.
따라서, 민선4기 익산시는 “익산이 동북아 식품허브가 되어 인구 50만 도시로 탈바꿈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가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답을 해야 한다.
설령, 식품 전문단지를 기간 내에 완공한다 하더라도 국내외 식품산업을 비롯한 민간연구소, 연관기업 등의 유치와, 1단계 총 사업비 8,500억원 가운데 국비를 제외한 4,500억원의 민자 유치는 향후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가 정-관-업-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전방위적으로 기울인 공력의 결실이며 쾌거라는 점에는 추호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민선4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현실적인 주문에 동의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 선정을 자축하는 불법 현수막 600여 점이 도심과 농촌지역 거리마다 게시되도록 내버려 둔 것은 적절치 못했다. 이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일에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에 대한 반발만을 부른 꼴이 되었다.
게다가 익산시장의 실명을 적시하면서 용비어천가를 부른 현수막 약 100여 점은 선거법위반의 시비에 휘말려 철거됐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전 승전보를 드높일 가치는 충분했다. 또, 시민들이 이를 공유하는 것은 미래의 동력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이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고 급조된 치적 홍보는 오히려 본질을 흐려 역효과를 낳는 결과가 되었다.
이것은 전략은 없고 즉흥적인 전술만이 난무하는 민선4기의 단면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협치를 통한 참여의 폭 넓히기와 신뢰의 축적이 진정한 자치단체장의 필승 전략의 ‘벼리’라는 충언을 2008년 마지막 날까지 아무도 해주는 이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