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와 2008서동축제 운영본부가 ‘뮤지컬 명성황후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언론 등에 대대적인 홍보했던 ‘뮤지컬 서동요’가 정작 "완성도 떨어지는 수준 이하 작품"으로 선보여지면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8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각종 홍보를 통해 초장부터 기염을 통하던 서동축제운영본부가 핵심 프로그램을 '졸작'으로 내놓자, 시민들은 수준 이하의 작품에 혈세를 낭비한 것을 놓고 분노를 무르지 못했다.
이에, 작품의 완성도에 충실하기보다 ‘세계적인 문화상품’ ‘축제계의 최초 여성 총감독’ 운운하며 과도한 언론 플레이와 낯내기 등으로 '포장’에만 치중한 운영본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축제 운영본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보도 자료를 통해, 익산의 미래 문화자산인 서동요를 소재로 다양한 컨텐츠를 확장시키기 위해 2008년 서동축제 메인 프로그램으로 ‘뮤지컬 서동요’를 새롭게 기획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서동요’는 단순한 축제를 위한 공연이 아니라 역사속의 인물인 서동의 사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시 산하 예술단이 참가한 익산의 대표적 창작 문화상품이며, 이는 지역문화유산으로 만들어지는 국내 최초의 사례라는 게 운영본부 측의 설명이었다.
운영본부는 특히, 올해 축제 무대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완성도를 높이고, 2010년에는 영국 에딘버러 축제 참가를 통해 ‘뮤지컬 명성왕후’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발돋움 할 예정이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운영본부의 이같은 공언과 달리, 지난 30일 첫 공연이 끝난 직후, 관람한 시민마다 긍정적인 평가 보다는 혹평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작품의 미비한 완성도를 비롯해 전문성 없는 출연진, 야외 행사에서의 부적절성, 잦은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공연은 ‘졸속 준비에서 비롯된 수준 이하의 졸작’이라고 혹평했다.
문제점으로는 우선, 노래와 연기 능력을 갖춘 전문 배우들도 장기간의 연습 과정 없이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종합예술인 ‘뮤지컬’을 두 달이라는 짧은 연습을 통해 무대에 올리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아마추어 식 발상’이라는 게 축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통상 날고 긴다는 전문배우들도 엄격한 오디션 심사를 통해 거르고 걸러 세심하게 선발되는 출연진들이 연기 전공자가 아닌 합창, 풍물, 무용 등 시 산하 예술단들원들로 구성된 것과 출연 배우 이상으로 각 분야 수십명의 전문 스텝이 필요한데도 제대도 갖추지 않고 출발했다는 점 등으로 볼때, 애초부터 이번 작품의 완성도는 기대하기조차 어려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드웨어 시스템 운영상, 실내에서도 수많은 리허설을 거쳐도 실수가 뒤따르는 뮤지컬 공연을 야외에서 충분한 시스템 리허설 없이 진행하려 했던 점도 이번 공연이 혹평을 받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문화전문가 L모씨는 “대단한 프로들도 한 작품을 올리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기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서 작품을 만드는데, 두 달동안의 짧은 기간에 그것도 비전문가들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내놓겠다는 발상 자체가 스스로 프로가 아니라고 인정한하는 셈이다”며 “이번 공연은 단지 축제 마당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로 그쳐야지 혹여 대외적으로 내세웠다가는 오히려 망신당하기 쉽상이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축제 관계자 K모씨는 “퍼포먼스인지 학예회인지...(웃음), 뮤지컬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실망이 크다”며 “전문 배우들도 어려운 종합예술 장르를 기능이 다른 예술단들로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평했다.
아이와 함께 뮤지컬을 봤다는 K모 주부는 "홍보 할때 명성왕후 능가하는 뮤지컬이라고 그래서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무대 위 배우들이 뭐라고 하는 지도 잘 안들리고, 쿵 쾅 소리만 들은 기억밖에 없다, 웬만하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좋아 할텐데 아이도 실증나는지 가자고 자꾸 보채더라"면서 "솔직히 아이들 학예회보다도 재미 없어 실망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부 출연진에서 조차 이런 형태의 뮤지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전제한 한 배우는 "아마추어들이 뮤지컬 연기를 해야하는 것에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직무상 어쩔수 없이 무대에 오르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 준비 안된 상태에서 관객들 앞에 선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을 연출한 연출자도 미진한 완성도와 따가운 혹평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한다며, 연출 과정에서의 짧은 준비기간과 적은 제작비, 시스템 미비 등의 애로를 토로했다.
이날 김진만 연출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첫 공연이라 힘든 부분이 많았다. 시스템부문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으며 준비 기간이 짧았고, 예산도 부족했다”고 애로를 토로하며, “대본을 4개월 전에 받았지만 실제 연습은 두 달 정도 밖에 안돼, (이번 공연은)완성된 느낌은 상상하기 힘들고 단지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자는데 의미를 뒀다.”고 말해, 이번 뮤지컬이 많은면에서 역부족였음을 자인했다.
시민들의 혹평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수렴하겠다”며 “작품이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기 마련이고, 그게 다 공연의 숙명이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