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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寓話(1) ‘슬픔’

등록일 2008년06월13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호랑이는 배가 고파도 풀은 뜯어먹지 않는다는데, 단 것을 너무 밝히는 익산의 호랑이족 몇 마리는 몇 해 동안 도둑이 바치는 단 맛에 취해 살았고, 그만 이빨이 썩어 모두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호랑이들은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극진하게 보살펴주는 도둑 소굴에 아예 들어앉아 빈둥빈둥 놀고 먹다보니 살이 돼지처럼 쪄서 야생성을 잃고 본분마저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한때는 이들 호랑이에게도 권위가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누구의 편을 들거나 어떤 이익집단에도 속하지 않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친분관계도 과감히 배척하겠다며 공표하고 나섰던 무리들 중 일부였습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던 덕목은 도둑들로부터 동물사회의 공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외로움을 숙명으로 삼는 야생성이 유지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 호랑이들은 어느 날 부턴가 도둑에게 동화되었습니다. 한 솥밥을 먹으면서 의식을 좀먹는 금단의 음식까지 같이 나누다보니 이들 눈에는 더 이상 도둑이 도둑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물들이 피땀 흘려 얻은 먹이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쓰라고 보탠 공공의 재산을 이들 호랑이들은 도둑과 함께 훔치는 공범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들 호랑이에게 도둑을 도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탓하는 것은, 도둑을 두려워하기에 이른 이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지경에서, 어제는 이들 호랑이와 도둑과의 만찬이 있었는데, 이들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가를 단적으로 나타내어 주었습니다. 밥도 먹고 금단의 음식도 나누다 보니 허심탄회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들 호랑이계의 리더 격인 호랑이가 호기 있게 도둑에게 말했습니다.
“두목! 두목의 충복인 행동대장을 중간보스로 승진시켜 주시지요”
이 호랑이의 말에 도둑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호랑이는 십 여차례나 똑같은 주문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자 도둑이 화답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반발이 없을까요?”
이날은 이들 호랑이들이 이제 도둑세계의 서열까지 간여하는 한층 격상된 입지를 확인하는 뜻 깊은 날이 되었습니다.
또, 도둑의 충복 행동대장은 도둑을 대신하여 호랑이들을 잘 보살펴 온 공로를 인정받는 날이었습니다. 이 행동대장은 도둑과 식구 호랑이들을 대신하여 그동안 야생성을 잃지 않은 다른 호랑이들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궁지에 몰아넣어 왔으며, 도둑들을 위해 공공의 재산을 들키지 않고 잘 빼내서 금단의 음식으로 호랑이들의 시야를 흐려 온 공적이 있습니다.
이 행동대장은 특히, 어찌나 호랑이들을 위하는지 야생호랑이들을 무도하게 배척하고 공격하여 도둑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대단한 완력을 과시하였습니다.
행동대장 뿐만 아니라 호랑이들 모두 축하받아야 마땅 할 일입니다.
오늘의 이 우화는 우화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런 세상이 우리 곁에 실존한다면 독자여러분이 과연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일상의 한 토막이 즐거웠길 바랍니다

소통뉴스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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