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지난 11일 통합민주당으로 통합한 이래 그들의 공천 기 싸움 소란이 한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 민주당에서 분가했던 열린우리당 계파들은 정권을 잃은 본말을 살피고는 있는지, 오로지 파벌을 지키기 위해 학연과 지역주의까지 동원하여 궁색한 울타리를 치는 그들을 보면서 일말의 수치심도 없는 파렴치 정치에 통탄한다.
그들은 당시 분당 이유로 ‘파벌정치 청산’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또, 정권을 창출했으나 하루아침에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던 민주당은 4년 5개월 동안의 와신상담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민주정치의 정통성을 계승한 대통령을 탄핵하여 혹독한 역풍을 맞았던 어제를 잊고 여전히 소수의 중앙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패거리 정치에 치가 떨린다.
그들 소수는 분가한 살붙이들을 향해 악의적 몽니를 부리다 국민적 심판을 받고도 바닥민심 조차 살피지 못한 채 군림하던 구태를 통합의 진으로 사수하려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 우리들 앞에서 통합 이전의 양당은 화해와 상생을 도외시한 행보로 일관하여 왔다. 상호 용서를 위해서는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양당은 사전 정지작업도 없이 통합을 단행했고 통합직후부터 오로지 공천지분 다툼에 혈안이 되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정서적 결합은 없고 실리적 결합만이 있는 반쪽짜리 통합은 또 다른 분당을 낳는다는 순리를 거스르면서 또다시 유권자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생태계의 한 단면이라는 정의를 인정하여 백번 양보하더라도 정치적 실리는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 대의는 곧 민심이기에 통합민주당은 민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통과의례를 거친 뒤에 18대 총선의 출발점에 서야 한다.
그래야 바닥 민심을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다. 철새든 텃새든 투명성이 확보된 인물본위의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전제를 겸허하게 수용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앙중심적 사고를 지닌 소수의 핵심인물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통합민주당은 사심을 버려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이념의 대치국면이 와해된 마당에 지역을 토대로 한 여야 견제구조 구축은 발등의 불이다. 호남과 수도권이 야당의 기치아래 똘똘 뭉치지 않는 한 일당 독주 체제를 견제할 길이 없는 현실이다.
통합민주당의 이번 공천이 인물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지역장악능력을 지닌 인물을 배제할 경우 전례 없이 많은 무소속 선량들을 양산할 공산이 높고, 실패한 총선에 따라 또다시 분당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은 정치지형이다.
지역에 착근하지 못하는 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 같은 엄연한 현실 속에서 통합민주당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비우지 않고서는 내부적인 알력에 무너질 수 밖에 없으니, 오늘의 부적절한 정계구도 속에서 언감생심 100년 정당을 꿈꿀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