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순 무렵 전남 광양시에는 시민의 힘(People Power)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 전개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강기업인 포스코(포항제철)의 경영권을 다국적 외국기업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광양시민들의 포스코(POSCO) 주식 1주(株) 사주기 운동은 보기드문 피풀 파워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포스코(POSCO)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 기업이다. 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의 2위 부자 워런 버핏이 포스코의 주식 4%를 집중 매입해 화제가 되었듯이 포스코의 주식 50% 이상이 외국인 지분이다. 자칫하다가는 IMF 이후 줄줄이 외국기업에 팔려나간 굵직한 대기업들처럼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포스코(POSCO)는 광양 시민을 상대로 주식 사주기 켐페인을 벌였고 성공을 이뤄냈다.
경우는 다르지만 지난 3월에는 경기도 이천시의 하이닉스 반도체회사의 유치를 위해 20만 전 시민이 하이닉스 주(株) 사주기 운동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봄에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같은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지만 대구시의 세계육상대회 유치, 인천시의 아시안게임 유치성공같은 국가적 경사도 있었다.
또한 유치될 것이 확실시 되는 여수시의 세계무역박람회(EXPO),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실사단의 성공적 방문 뒤에는 모두 그지역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여수시같은 경우 엑스포 실사단을 맞아 수천명의 시민을 동원했지만 실제로는 십수만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몰려나와 시민들 모두가 감격에 겨워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한다. 이처럼 시민의 힘(People Power)은 無에서 有를 창조하고 있는 것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힘의 원동력이다.
민선 4기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마다 서로의 우열과 특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경북 구미와 울산, 그리고 조선소가 있는 거제시는 시민들 연간소득(GDP)이 3만 달러를 훌쩍 넘어 도대체 불경기를 모른다. 한밤중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술집, 밥집에 손님이 넘쳐나는 것은 유흥과 향락때문이 아니라 수출 선적과 공기를 맞추기 위한 노동자와 기업의 24시간 풀가동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산업은 위축되고 고무풍선 바람 빠지듯이 수천, 수만명의 인구가 빠져나가는 도시들도 많다.
우리 익산시는 최근 간단치 않은 내외의 심각한 도전과 갈등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계속되어온 피곤하고 지루한 KTX 익산역에 대한 발목잡이가 겨우 끝나는가 싶었는데 최근 또 무슨 이전대책위가 인근지역에 생겼다는 소식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깝기가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벌 대형할인점 3개가 좁디좁은 인구 32만의 도시 익산에서 단물 빼먹듯이 하루 수억원의 익산 돈을 싹싹 긁어모아 매일 서울로 보내고 있다. 이를 허가해 준 사람들, 마음이 편안한 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1997년 익산시민연합을 비롯한 50여개의 단체가 연대하여 롯데마트 입점의 부당성과 지하도 가스관 안전문제를 익산시에 강력히 항의하고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당시 익산시장과 익산시는 보란 듯이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임시 사용허가라는 특혜까지 베풀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익산시는 3개의 공룡할인점이 중소자영업자들을 초토화시켜 무려 만여명의 인구가 익산을 떠났다. 인근 전주,군산, 김제시장은 대형할인점 허가를 거부하고 시민의 생존권을 위해 이들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음은 10년전의 익산시를 생각해 볼 때참으로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익산시의 최대 현안은 부송동 쓰레기소각로 문제다. 수만명의 부송동, 영등동지역 시민들이 반대하는 쓰레기소각로를 시장은 자신의 공약을 번복하고 공사착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소각로를 짓지 말자는 게 아니다. 소각로가 여러 가지로 사람에게 위험하니까 사람이 안모여 사는 변두리지역에 하자는 것이 모순인가? 그렇지 않으면 수만명이 모여사는 익산의 신도심(新都心) 한복판이 과연 옳은 일인가?
모든 일은 순리(順理)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공인(公人)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무게가 있어야 백성이 따를 것 아니겠는가. 어려울 때일수록 理性과 順理를 중시하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침 익산에 새로운 시민의 힘이 태동하고 있다. 약 70여개의 시민, 사회, 직능, 봉사, 국제단체 등이 망라한 「익산부흥범시민총연대」의 출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익산을 새롭게 부흥시키는 역사적 소명을 갖고 익산시민의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의 범시민모임에 거는 기대역시 클 수 밖에 없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항상 시민의 힘(People Power)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