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성을 의심받고 있는 전북혁신도시 입지문제는 다행히 소수이기집단이 의도하는 침묵의 먼지에 덮이지 않았다.
지금 한창 사직당국의 손에서 그 불법행위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정행위자로 지목되어 검찰의 줄 소환이 예고되고 있는 전북혁신도시 관계자들은 사법부의 심판과 행정행위를 서로 결부 짓지 않겠다는 심산이 확고한 듯 하다.
사직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손에 땀을 쥐고 숨을 죽인 선량한 익산시민들은 공중파와 신문지상에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전북혁신도시 건설 준비 소식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매몰되어가는 양상이다.
혁신도시전북입지는 전주와 완주의 접경구역 일원이라는 대세가 언론플레이로 구축되어가고 있다는, 그런 깨달음과 마주친 순간 암울했던 과거를 규정짓는 키워드들이 앞 다투어 되살아나는 것을 목도한다.
그것은 ‘묵살’과 ‘강행’ 그리고 ‘혼란’이다.
혼란은 분열을 낳고 충돌로 이어져 공멸을 낳았으니, 그 예를 멀리 가서 찾지 않아도 육탄시위의 길바닥에 미증유의 사건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방폐장 부안유치 사태가 손들고 있지않는가.
방폐장 입지로 부안이 낙점되는 단초부터 전라북도가 보여준 밀어붙이기식의 고압적인 자세에 항거했던 수많은 부안 군민들은 아직도 방폐장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생명환경을 지키려던 신념지기 231명의 부안군민을 폭력행위 등의 전과자로 만들고도 전라북도에는 아무도 책임지려는 자가 없다.
전라북도에는 ‘공권력’만 있고 참된 목민관이 없기에 끊임없는 혼란의 연속선상에서 가속화되는 낙후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방폐장이 결국 경주로 입지를 정한 것은 예정된 결과였다.
‘화의력 부재’ 그것이 방폐장을 비추어 본 전라북도의 단면이다. 민선3기 전북도정에는 상생의 묘가 크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 않는가.
설득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세를 낮춘 능동적이고 성실한 대화 노력과 전폭적인 홍보노력이 없었기에 방폐장을 둘러싼 군산시민들의 분열은 너무나 당연했고, 투표결과 역시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부안에서는 유혈사태를 초래할 만큼의 극단적인 사안을 경주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전라북도에서는 누가 책임을 통감했던가.
양심세력에게 3보1배라는 극단의 고난을 강요한 새만금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진다.
막대한 사업비의 유실 위험을 안고 중단한 상태에서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되었던 전대미문의 진행형 행정행위. 그것이 사업주체와 관리주체의 부적절한 대응에서 비롯되었다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으리라.
이같은 지적이 지금 와서는 晩時之歎에 불과하다고 또 묵살하면서, 전북혁신도시를 기어코 전주와 완주의 접경지대에 세우는 것을 강행할 것인가.
입지선정의 부당성 주장을 지역주의로 폄하하고, 결과가 사전 모의된 산물이라는 주장을 묵살하면서 페어플레이를 강변하는 암울한 과거의 획책이 또 판을 치려는 형국이다.
그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여서 얼마나 더 많은 도민이 전과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전라북도가 이제라도 전북혁신도시 입지선정 문제를 공식적인 탁자위로 올려놓는 것만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실수들을 일정부분 만회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어떤 후보자라도 표밭의 크고 작음을 가지고 전북혁신도시 문제를 풀어가려는 시도 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정치적 줄서기를 위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을 내 팽개치는 자치단체장이 나와서는 더더욱 않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