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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권침해. 질병유발환경 '충격'

예인고, '특수목적고 전환' 검토해야

등록일 2007년09월03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해 교장의 학생에 대한 폭력으로 말썽을 빚었던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익산시 춘포면 인수리 294번지)가 비정상적인 학사운영과 열악한 학습시설 방치로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를 초래하는 등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 학교는 2005년 11월 상수도가 설치된 이래 지난해 9월까지 학생들에게 상수도를 먹는 물로 전혀 공급하지 않은 사실이 익산시 상수도사업소의 검침 내역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라북도 교육감은 모든 예인고 학생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당장 입원시켜야 합니다. 또, 지도감독을 소홀히한 교육청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이를 책임져야 합니다.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3일 수업거부를 선언한 예인고 1학년 학부모 11명(대표, 김경옥,50)은 예인고 L모 교장과의 면담 후 전북도 교육감을 찾아가 이같은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고, 교육감은 "9월 4일 즉각적으로 감사에 착수, 문제가 있으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전북대 물환경연구소에 예인고 지하수의 수질검사를 의뢰한 학부모들은 3일, "예인고가 논 가운데 위치하고 축산농가들이 집단화된 왕궁면과 연접해 중금속을 비롯한 질산염 등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대부분의 애들이 아토피와 천식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익산시의 상수도 검침내역에 따르면, 이 학교는 올해 4월부터 7월까지도 상수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방학기간에 만 상수도를 사용했으나 월 평균 8톤 정도를 사용한 데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그동안 복통을 호소해 왔고, 목이 아프다며 목을 자주 만진 탓에 목 부위에 퍼런 멍이 들 정도였다.
이 학교에서 조리와 식수공급을 맡고 있는 H씨는 "지하수는 설거지나 청소 등 허드렛 일에 쓰고 조리와 식수는 수돗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3일, 전라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학년 3개반으로 운영되는 예인고는 8명의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학부모들은 "예인고에는 정교사가 2명 뿐이고, 모자라는 부분을 기간제 교사와 시간제 강사로 대체하고 있어 교사당 배당된 과목이 과다한데다, 교사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등 학습권이 크게 침해 받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날, 예인고 L모(55) 교장은 "지난 7월 1명의 기간제 교사를 채용 했고, 정교사 2명을 추가로 채용해 9월 4일부터 출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L모 교장은 기자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계약서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교사를 채용하는데는 계약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무튼 개학날인 3일, 예인고 1학년은 수업거부 이전에 선생님이 없어 수업을 하려고 해도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학생들만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밖에도 예인고의 교육시설은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3학년 교실 바닥 상당부분의 콘크리트가 부서져 나뒹굴면서 바닥에 깔린 온수 관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고, 남.여 기숙사에서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으며, 특히 남학생 기숙사는 화장실변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냉장고는 먼지와 녹이 끼어 있었다.
이런 판에 학교 측은 기숙사 입실료를 24만원에서 65만원으로 170% 인상하겠다고 통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예인고는 1학년 교실에 전기 콘센트가 노출되어 있는데도 이를 방치, 원군(16)이 여기에 감전돼 나가 떨어졌다가 한참 만에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같은 엉망진창의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아 온 학생들은 부모들에게 "이런 곳도 학교냐. 뛰쳐나가고 싶다"는 불평을 하는 일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경은 학생들의 자퇴·전학으로 이어졌다. 학년당 모집 인원이 40명이지만, 현재 1학년 10명, 2학년 16명, 3학년 22명 등 모두 48명만 학교를 다닌다. 1학년은 1학기 만에 4명이 빠져 나간 것으로 확인 됐다.
3일, 예인고를 방문한 최학주 전북교육청 사학지원 담당은 "예인고의 경우 수업료와 재단에서 낸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학생수가 부족해 운영이 어려 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오늘 학교측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이번 진단은 강제적인 학교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학교에 능력이 없다면 폐지까지도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L모 교장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예인고는 교장이 사퇴 할 경우 재원조달의 구심점을 상실하고, 폐지 될 경우 학생들을 구제 할 뚜렷한 대안이 없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예인고의 정상화를 위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특수목적고로 전환하는 등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예인고 사태를 바라보는 뜻있은 시민들의 중론이다.

소통뉴스 공인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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