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을 백지화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백지화 결정에는 너무 큰 정치적 부담이 뒤따릅니다. 그 때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지난 24일 만난 이한수 시장이 빠져있다는 딜레마 이다. 고충을 털어놓는 그의 어투는 소각장과 관련하여 묵숨을 건 한 판 승부를 고려해 보았다는 듯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단 한 호흡의 반추로도 내용없는 딜레마가 아닌가. 소각장 백지화를 시장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니 발상부터 위험하기 짝이 없다.
소각장 입지 선정 절차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절차상 불법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법정다툼이 있다지만, 표면적으로는 격식을 갖춘 행정행위인데 시장 자신이 백지화를 결정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리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각장 부지가 대부분 확보되고 잔재매립장 조성은 물론 소각시설 공사를 발주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있다. 여기까지 소각장 반대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해 온 공무원들을 살피건데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소각장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달리고 있는 형국이고 중도에 내리면 소각장에게 잡아먹힌다는 모호한 위기감에 지배되고 있지 않은가.
사실 공무원은 법 밖에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없지 않은가. 그들이 이한수 시장의 독단적 사고에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물론 단체장의 정치적인 견해는 공직사회의 금기에 때때로 정면충돌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곡예사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한수시장이 지닌 일방적 사고는 독직(瀆職)의 우를 범하기 쉽고 그렇게 행해진 행정행위는 지속불가능하다. 우선 당장 공직사회 내부에서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단체장의 영(令)이 서겠는가.
지금 시민들의 주장은 그같은 단체장의 부담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는 소각장 재검토위원회를 구성. 가동하되 시장은 내용에 간여하지 말고 객관성을 유지 할수 있도록 절차를 주재하라는 것이다.
재검토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도출된 방향성을 범시민적 토론회나 공청회에 붙여 검증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론을 청소정책에 반영한다면 단체장이 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은 있을 수 없다.
단, 일을 추진하는 익산시의 입장에서 어떤 각도로 보아도 소각장 강행이 편하다. 하지만 번거롭고 불편한 재검토를 이행하는 일은 공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이한수 시장이 어물쩍 넘어갈 경우 곧바로 자질론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각장 강행과 백지화 중 이한수 시장이 택일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협치, 거기에서 투영되는 새로운 희망을 보고 싶은 것이다.
과거 타자치단체의 경우를 보건데, 행정관료 출신 단체장이 선출직이라는 점 때문에 법적인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정행위에 잘못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던 시절에 비추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조언이 다각적으로 전달됐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단체장을 보면서 그의 정치적 수준을 가늠하게 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경륜이 부족한 것은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군림하려는 독선은 시정잡배나 선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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