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이 역점사업인 광역상수도 전환 등이 의회에서 세 차례 거부당하고 차기 심의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하자, 시민 생명·건강 수호 차원의 긴급을 요할 때 관련 예산을 우선 행사하는 단체장의 선결처분 권한으로 우회 돌파에 나섰다.
박 시장은 5일 오전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가뭄에 따른 상수도 급수 차질과 시청사 안전 문제에 따른 긴급비상조치 예산 6억 원의 선결처분을 이날 오전 10시 30분부로 발동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선결처분권(先決處分權)은 예산안 의결이 지체 될 때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하는 일종의 예산집행 비상조치권으로, 지방자치법 109조와 시행령 72조에 규정돼 있다.
박 시장이 선결처분을 발동한 예산은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한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용역 사업 예산 4억 원과 익산시 본청 및 읍면동의 청사 안전진단과 보수비 2억 원 등 총 6억 원이다.
박 시장은 최근 가뭄 사태에 따른 익산시의 비상급수 상황과 시청사 안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설명하며 의회 비협조에 따른 선결처분 발동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익산시의 경우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최악의 사태는 모면한 단계이나 급수량 감량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익산시 자체 상수원인 대아수계의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일일 10만 톤의 용수를 공급 받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해 왔으나 대아수계 저수율이 급감해 10월부터는 7만 톤을 감량한 일일 3만 톤만 공급되는 등 원수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 전주권 광역상수도 일일 수수량을 4만 5천 톤에서 6만 5천 톤으로 약 2만 톤을 추가 확보하는 결실을 얻었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때문에 상수원수 자체가 부족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체 정수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제한 급수 또한 불가피하다는 것.
이에, 익산시는 우선적으로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자체 급수량을 10% 줄이고, 19일 부터는 수돗물 공급량을 20%까지 줄여 나갈 계획이다.
앞서 박 시장은 이 같은 식수 문제가 조만간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해 취임 이후(2014년 7월)부터 의회에 광역상수도로의 전환을 수차례 걸쳐 강력히 요구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실제 광역상수도 전환과 관련된 예산은 2014년 제1회 추경, 2015년 본예산 심의에서 삭감된데 이어, 2015년 제1회 추경에서는 업무소관 산업건설위와 예산결산특별위에서 통과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효 되는 등 3차례 모두 삭감됐다.
특히, 갈수기를 앞두고 가뭄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식수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광역상수원 전환이 시급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보면 차기 의회 심사에서도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에 박 시장은 전례에 비추어 6일부터 열리는 의회 심사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의회 개회를 하루 앞둔 이날 비상조치인 선결처분을 발동했다.
박 시장은 “익산시는 긴급비상조치인 선결처분권을 발동한 즉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로 선결처분권의 승인 요청을 발표했다”며, “의회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의결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앞으로 급수량 감량으로 동산동, 마동, 남중동 등 관말지역이나 고지대의 경우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수돗물 절수 실천운동과 고통 분담을 통해 이번 가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현재 익산시 자체정수장 상수원인 대아수계(대아, 경천, 동상저수지)는 10월 1일 현재 저수율이 13.4%로 앞으로 많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안정적 수돗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반면에, 광역상수원인 용담댐의 경우 저수율이 30% 정도로 가뭄이 지속되더라도 2016년 6월까지 안정적으로 생활용수를 공급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