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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모임 다누리봉사단 “받은 사랑 이젠 베풀어요”

소소한 활동 통해 향수 달래다 올해 지역사회로 영역 넓혀

등록일 2014년03월19일 14시0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텐미미~ 니 샤오 더 텐미미~ (달콤하게 웃는 당신)

하오시앙활 카이짜이 춘평리 (봄바람 타고 꽃이 핀 것 같아)”

지난 수요일 익산의 한 노인요양원. 7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문향옥 씨가 다른 중국 이주 여성들과 함께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중국노래 한 자락을 소개한다. 경쾌한 ‘첨밀밀’ 끝엔 흥겨운 트로트, 내친김에 어깨춤을 들썩이며 아리랑까지 뽑아낸다. “중국에 할머니가 계시거든요. 여기 할머니들 보면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요.”

이날 요양기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 중국 여성들은 익산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으로 자원봉사단체 ‘다누리 봉사단’에 속해 있다. 다누리 봉사단은 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약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봉사단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10년. 센터에서 한글과 한국문화 등 한국적응교육을 받은 베트남과 중국댁 20여명은 후배 결혼이민자의 적응을 돕고 베트남 중국 채소 길러 나눠먹기 등 소소한 활동을 통해 향수를 달래다 ‘받은’ 사랑을 ‘베풀어보자’며 올해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혔다.

이들은 매월 가까운 노인요양기관을 찾아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둘째 주는 중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손마사지와 네일아트를, 셋째 주 수요일에는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이미용봉사와 네일아트, 손마사지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봉사에 참여한 10여명의 중국여성들은 미리 준비한 매니큐어와 손톱 손질도구, 핸드크림 등을 챙겨들고 두 조로 나눠 생활실로 들어갔다. 중국어통번역사이자, 봉사단의 맏언니인 이운실 씨는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쌍둥이자매 주월 씨와 주양 씨를 이끌고 2층 생활실에 자리를 잡았다. 7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운실 씨는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중국어 통․번역을 맡고 있으며, 중국결혼이주여성들에게 언니, 친정엄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봉사단의 주역. 운실 씨는 이날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 주 씨 자매에게 간단한 마사지법부터 가르쳐줬다.

“마사지 전에 먼저 우리 손부터 따뜻하게 해야 해요. 차가운 손으로 어르신 손 만지면 놀래실 수도 있으니까. 또 이렇게 마디마디를 부드럽게, 오랫동안 병실에서 지내는 분들은 활동량이 많지 않아 손이 굳어있을 수 있으니까 그럴 땐 꾹꾹 지압하듯 눌러주고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주 씨 자매의 손 마사지가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좋지, 암만 좋지, 우리 딸 같은 사람들이 와서 주물러 주고 하니까, 고맙고 반가워요.” 중증시설이 아닌 비교적 건강이 양호한 노인들이 머무는 이 시설에서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칭찬은 이주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김복순 씨는 “우리는 낯선 한국에 살면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잖아요. 갚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자원봉사더라고요. 베풀고 살면 나도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그걸 몸으로 느껴요. 제 자신한테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멋진 모습 보일 수 있고요.” 복순 씨는 부모의 봉사가 자녀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단 생각에 겨울방학동안 아이와 함께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어가 서툰 2층 팀과 달리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3층 팀은 금세 생활실을 노래방으로 만든다. “할머니 무슨 색으로 발라드릴까요? 골라골라~ 봄이 오니 핑크색도~ 초록색도~” 문향옥 씨와 김광매 씨는 유창한 한국어와 노래실력으로 할머니들에게 친손녀처럼 다가선다. 주름진 손을 풀어준 뒤엔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손톱을 손질한다. 실제 다누리 봉사단의 회원 몇은 지난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전문 네일아트 강사로부터 기초과정을 수료했다.

“팥죽색 있을까?” “난 연분홍색!” 어르신은 소녀라도 된 냥 진지하게 매니큐어 색을 골랐다. 2,3층 각각 생활실에서 본격적으로 네일아트 봉사를 시작하면 다른 층 할머니까지 소문을 듣고 봉사단을 찾는다. 이주여성들은 한 사람당 3~4명의 어르신을 맡아 손톱에 화사한 봄물을 들여 주었다. 요양기관 관계자는 “대화 나누고 스킨십 한다는 거 자체가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돼요. 매니큐어 색 고르면서 한바탕 수다떨고 웃으시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봉사를 받는 이보다 더 기쁜 것은 이주여성들. 서툰 한국말도 실전 연습을 해볼 수 있고 한국의 옛 문화도 조곤조곤 듣고 배운다. 더불어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과 똘똘 뭉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김광매 씨는 “속상한 말들 다른 사람에게 못해도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하면 마음이 풀리잖아요. 중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봉사하고 밥도 먹고 애들 교육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면 반나절이 금세 지나간다.”고 말했다.

봉사단 운영을 지원하는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신혜선 씨는 “지역사회의 수혜자로만 여겨지던 이주여성들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자존감을 회복하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063-841-6040

 

소통뉴스 정명열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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