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선을 잇고 오방색을 입히며 탱화를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탱화장 이삼열 선생(68세, 모현동)의 손이 조심스럽다. 그의 조심스러운 손놀림 속에 밋밋했던 화폭이 화려한 부처님을 그린 탱화로 새롭게 옷을 입는다.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부처 혹은 보살의 초상이나 경전 등 불교의 세계관을 담아 그린 그림이 바로 탱화이며 이 탱화를 그리는 장인을 탱화장이라고 부른다. 탱화는 섬세한 선묘와 함께 색채 사용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해 거의 수행에 가까운 작업으로 불린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27호 탱화장 이삼열 선생은 50년 가까이 이러한 탱화를 그려온 장인이다. 이삼열 선생은 1963년 친형을 따라 일을 나서며 탱화를 처음 접했고 김제 백구면 부용사에서 불교미술의 대가인 금용 김일섭 스님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탱화를 수학했다. 이후 10여년간 이삼열 선생은 김일섭 스님의 문하생으로 탱화를 비롯해 단청, 개금, 조각, 조성 등 기초과정을 배웠다.
50여년의 세월 동안 전국을 돌며 탱화를 그린 선생이기에 그의 탱화는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부산 동래포교당의 후불탱화는 이삼열 선생이 탱화에 입문한 지 11년 만에 그린 첫 작품이다. 그리고 불국사 극락전과 비로전의 후불탱화도 그가 그린 것이며, 수덕사 대웅전의 신중탱화와 칠성탱화도 그가 그렸다.
이런 그의 기억에 가장 남는 대표작은 2008년경 그린 보현사 각단탱화이며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화재로 소실된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의 후불탱화이다. 이후 그는 금산사 대적광전을 복원할 때 단청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해 후불탱화 소실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다.
지금도 전국을 돌며 유명 사찰의 탱화를 그리고 있는 그에게는 아쉬움이 하나 있다. 탱화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최소 2~3달에서 많게는 4달까지 걸리다보니 후계자를 양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삼열 선생은 “이제는 탱화를 그리는 사람도 적고 탱화를 잘 아는 스님을 찾기도 어렵다”며 “많은 후학들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제나 작품을 그릴 때 마음을 가다듬는 탱화장 이삼열 선생, 그의 예술혼이 후대에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