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익산대 통합과정에서 시민단체에게 수천만 원을 약속‧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한수 익산시장과 최모 국장, 전직공무원 장모씨 등 3명이 법정 심문 대에 섰다.
이날 재판장에는 익산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지역 초유의 중대 사건임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전‧현직공무원, 시민사회인사, 언론인 등 관계자 수십여명이 참관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또한 눈길을 끈 것은, 이시장과 최모국장의 변론을 위해 국내 유명 로펌의 변호인이 다수 등장한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공무원 장씨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끼리도 사안의 무게를 판단하는 시각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검찰 "사전 공모한 기부행위"주장
이들 3명에 대한 첫 공판은 20일 오전 11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합의부(호제훈 재판장, 장원지, 한혜윤 판사)심리로 진행됐다.
검찰측은 이들 3명에 대한 공소 요지에 대해 “지난 2007년 7월경 ‘전북대-익산대 통합합의 촉구 익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운영경비 지원’을 약속하고 5개월 뒤인 12월경 담당공무원 장모씨와 상의한 후 대책위 관계자 오모씨에게 3천만원을 송금하는 등 이들이 공모하여 기부행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측의 공소요지에 대한 피고인측의 변론이 서로 상반돼 향후 진행될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이시장의 변호인측은 검찰측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고, 역시 최국장의 변호인도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재직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6급 공무원 장모씨는 그와 달리 검찰측의 공소요지를 인정했다.
먼저, 모두 변론에 나선 이 시장측 변호인 H씨는 “의견서에 제출한 바와 같이 검찰측의 공소 내용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힌 뒤, “이 시장은 운영경비 지급을 약속한 바도 없고, 농협시지부가 대책위에 지원한 것에도 관여한 바 없으며, 3천만원 송금건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 시장의 지시는)이런 약속이나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아닌 법령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조하라고 한 의례적인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이시장 기부주체 아니다"주장
변호인측은 특히 대책위에 3천만원을 기부한 곳이 농협인만큼 기부 주체를 농협익산시지부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이 시장이 기부의 주체가 아님을 강조했다.
변호인 H씨는 “농협 익산시지부는 2006년 3억원을 비롯해 2007년 1억 5천만원 등 지역사회 환원차원에서 해마다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따라서 대책위에 준 3천만원도 기부의 일환으로 봐야한다”고 짚고, “만약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건은 오모씨가 기부한 돈을 횡령한 기부 미수에 그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결론적으로 “이 시장은 농협측의 기부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내부 결정과정에서도 관여할 위치도 아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선전행위가 수반됐다고 하여 실행주체도 아닌 이시장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이며, 기부받은 주체가 금원 제공자를 농협이라고 인식하는 만큼 기부행위가 성립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시장과 최국장의 공동 변호를 맡은 K씨도 대책위에게 전달된 3천만원이 농협 기부금임을 강조하며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 K씨는 모두 변론에서 “농협시지부가 각종행사나 단체에 기부한 행위는 수없이 많다, 이익의 사회환원과 기관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차원이며 다른지역도 마찬가지”라면서 “유독 이번 사안만을 문제삼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무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소장에 적시된 일자가 2007년 12월인데 2년 6개월 후 선거를 내다보고 (기부행위를)했다고 보는 자체가 무리가 있고, (이 시장이) 그렇게 무리할 이유도 없었다”며 “유무죄 평가를 떠나서 시민열망이자 숙원이었던만큼 시장으로서 모른체 할수 없는 사안이이었다. 만약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을 이유가 아니다, 재판부는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달라”고 요청했다.
담당 공무원 장씨"혐의 인정"변수
반면 당시 업무 담당자였던 장모씨의 국선변호인 K씨는 모두 변론에서 "검찰측의 공소내용을 인정한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측의 공소요지와 변호인측의 모두 변론을 다 들은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자신의 입장과 심경을 호소할 기회를 줬다.
이에, 이 시장은 “법정에서 선 자체만으로도 시민들게 죄송하고 부끄러우며, 지역발전을 위한 시민운동이 법의 심판대에 서 안타깝다”면서 “시민의 명예가 다치지 않기 위해 성실한 자세로 재판에 임할 것이며, 다만 바램이 있다면 이번을 계기로 갈등을 봉합되고 지역이 화합했으면하는 마음 간곡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최국장도 “전북대-익산대 통합은 익산시민에게 아주 중요한 사안으로, 시민들이 힘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에 수의대와 인수공통사업 등 익산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 뒤, "이 과정에서 업무 담당자로서 충실히 임했지만 이런 상황이 돼 안타깝고, 재판장에 선 것만으로도 송구한 마음뿐”이라며 “공직자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발생된 사안인 만큼 재판장의 혜량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모씨는 “전북대-익산대 통합 담당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결과에 만족하며 보람도 있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해 공직을 떠나 현재 조용히 살고 있다. 최근 이 사안이 진정을 통해 다시 불거졌는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했다,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결과에 수긍하겠다”고 밝혔다.
검찰vs변호인, 기부주체 놓고 공방
이어 재판장이 사실적‧법리적 차원의 의견을 진술하라고 하자, 먼저 이 시장의 변호인측이 “대책위 해단 시점이 2007년 9월 5일이고 기부는 12월에 이뤄져 행위주체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검찰측은 “시기는 그렇지만, 3천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었고 해단 후에도 채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완전한 해산이 안 이루어 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맞섰다.
기부의 주체가 농협이라는 변호인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 측은 “시금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사실상 시가 이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오모씨와 장모씨가 이 자금을 환경단체에 우회지급한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며, 단체장이 실질적으로 이면계약을 통해 쓸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측은 변호인측의 부동의 한 부분의 증인으로 C씨, O씨, L씨와 피고인 장씨 등 4명을 이어질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측도 대책위로 전달된 3천만원이 농협기부금 임을 입증하는 등 반대 심문을 위해 농협익산시지부장과 담당공무원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재판부가 첫 공판부터 특별기일로 배정하면서 일정을 배려하고 이어질 재판기일도 미리 예고하는 등 재판이 초급행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예고된 2차 공판은 2011년 1월 13일 오후 2시 302호 법정에서 열리고, 3차는 24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3차에서 마무리 안 될 경우 28일에 곧바로 진행할 계획에 있는 등 이번 재판은 늦어도 1월중에는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