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익산농협 3층 회의실에서 익산농협 긴급 임원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긴급 임원회의는 현직 조합장이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 받고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관련법에 의거 그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선출하기 위한 자리.
그런데, 자성 속에 치러져야 할 '직무 대행 선출 위한 임원회의' 자리가 이해관계들 간에 막말과 삿대질이 난무하면서 마치 난장판을 방불케하는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현직 조합장과 함께 중형을 받은 K이사가 '직무대행' 선출 위한 임시의장을 맡겠다고 나서자 ‘그의 자격’을 문제 삼아 거세게 항의하는 측과 그에 동조하는 측간에 고성과 막말을 넘어 육두문자가 오갈정도로 상황이 격화됐다. 말 그대로 ‘이전투구의 장’ 그 자체였다.
이에, 조합 내부의 부정 비리 등으로 실추된 공신력을 자숙과 자성을 통해 만회해야 할 이날 회의가 오히려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조합의 좋지 않은 이미지만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된 셈이다.
이 날 임원회의는 시작부터 문제가 됐다.
문제는 L 조합장과 함께 중형을 받은 K이사가 이날 회의의 임시의장을 맡아 직무대행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가 여부.
반대 조합원측은 현 조합장이 재판에서 금고이상의 형을 받아 ‘조합장의 직무’가 정지됐기 때문에 같은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천만원'이라는 중형을 받은 K이사도 당연히 ‘그 같은 권리와 자격’이 정지돼야하고, 그에 따라서 임시의장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K이사측은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은 받았으나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로 형이 완전히 확정된 게 아니므로 임시 의장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반박하며 맞섰다.
양측은 1시간여의 격론을 벌였으며, 결국 K이사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회의를 속행, 직무대행 선거를 치렀다.
직무대행 선거에는 이완우이사와 황호만이사, 이종윤 이사 등 3명이 후보로 나섰다.
선출 방식은 세 후보의 출마소견 발표를 들은 뒤, 13명의 임원이 무기명 비밀투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표 결과 총 5표를 받은 이종윤 이사가 각각 3표씩을 받은 이완우 이사와 황호만 이사를 제치고 선출됐다. 2명의 이사는 기권했다.
이에,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이종윤씨는 L조합장이 향후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복귀하거나,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돼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될때까지 당분간 익산농협을 이끌게 됐다.
이종윤 직무대행은 “어려운 시기에 이사나 조합원들이 협조를 해준다면 조합원 의견을 들어 조합발전, 조합원 이득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직무대행을 선출한 후, 일부 조합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와 임원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문제 삼아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다시 벌어졌다.
이들은 "임원들이 규정에도 없는 피복비를 지급받고, L모 이사가 부인사망시 익산농협이 지급한 4백만원 경조사비를 감사의 지적에도 환입 시키지 않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해당 L모 이사는 4백만원 환입은커녕 이에 항의한 조합원에 '마을에서 매장시켜 버리겠다'거나 '내 아들을 시켜 배##를 찔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면서 이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 같이 상스런 욕설과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는 측에 대해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언행이 난무한 이날 회의는 같은 지역 ‘조합원과 농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처뿐인 회의였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한 조합원은 "각본대로 직무대행이 선출되는 인상을 받았으며 아무런 도덕성과 자질이 없는 임원들이 6500여 조합원과 5천억원이 넘는 예수금을 보유한 익산농협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한 한심한 임원회의에 얼굴이 붉혀진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직원 채용 대가성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익산농협 L모(61) 조합장은 지난 4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관련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됐으며, 이날 회의 임시의장은 맡았던 K모 이사는 지난해 11월 인사 청탁 대가로 1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