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 입장에서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호랑이와 악수하는 심정이다.”
지난 29일, 4대강 예산을 놓고 대치 중인 상황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4대강 예산과 일반예산을 분리 심의하는데 합의했지만 언제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작은 구멍가게라도 주인은 재량권이 있지만 기업이 아무리 커도 직원은 직원일 뿐”이라며 “이래서 국회가 ‘청와대 지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청와대 사업에 재량권이 없는 여당을 비꼬았다.
이 의원은 국회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는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며 “미디어법 사태 때도 책임을 안 졌는데 이번 예산안이 통과 안 되면 옷 벗는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며 작심한 듯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이날 이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이유는 국회의장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한데 따른 것.
지난 7일 이춘석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은 9일, 왜 자신이 미디어법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이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해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이 의원은 “본인의 입으로 중재에 나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하겠다고 해놓고 왜 자신이 해야 하냐고 묻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냐”고 맞받아치고 “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헌재의 미디어법 자율 처리 권고에 따라 즉시 미디어법 재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금까지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켜온 국회의장이 이번 예산안만큼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 국민과 함께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시원했다” “정말 적절한 신상발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발언대 바로 뒤에서 이 발언을 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은 관례에 따라 “이춘석 의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