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하기 전 망성면 신작리 곰솔 (좌). 낙뇌로 고사한 천연기념물 곰솔 (우)
400여년 동안 이 고장 사람들과 삶의 애환을 함께 했던 천연기념물 188호 ‘신작리 곰솔’이 낙뢰로 인해 고사했다. 특히, 익산시의 늑장행정에 의한 ‘직무유기’가 곰솔 고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신영철의원에 따르면, 익산시는 관내 2곳의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중 하나인 ‘신작리 곰솔’ 보호를 위한 피뢰침 설치 등 관리예산액을 적기에 사용하지 않고 2006년도부터 계속 이월시켜, 소중한 문화유산이 낙뢰를 맞아 고사하고 말았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지난 2002년 인근 서천의 천연기념물 곰솔이 낙뢰로 인해 고사한데 따라 2005년부터 노거수를 낙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뢰침사업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지난 2006년 923만원, 2007년 1억4,110만원 등 사업비를 확보하고도, 이를 집행하지 않고 자연재해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늑장을 부렸고, 2007년 8월 천연기념물 신작리 곰솔이 낙뢰를 맞아 고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과 이명준 과장은 지난 10일 열린 135회 익산시의회 임시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피뢰침설치를 계획하고 있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답변했다.
이에 신의원은, “좀 더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라”고 말하며 “400년이 넘게 산 지역의 역사적인 나무가 파손되었다. 파손된 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시 당국의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분개했다.
김형화 의원은 같은 날, “시당국의 안일한 관리로 인해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익산시 망성면의 ‘신작리 곰솔’은 나이가 약 4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5.0m, 가슴높이 둘레는 3.77m이다. 임진왜란 때 풍수지리에 밝은 어떤 나그네가 이 곳이 명당임을 알고 곰솔을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역할을 해왔고, 인근 주민들이 나무에 대고 재를 올릴 정도로 주민들에게 있어선 특별한 나무였기에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익산시의 천연기념물은 ‘망성면 신작리 곰솔’과 ‘여산 천호동굴’ 등 두 곳이었는데, 그중 하나를 잃게 되어 이제 익산엔 천연기념물이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망성면의 한 주민은, “400년동안 온갖 ‘풍운우로상설(風雲雨露霜雪)’을 늠름히 이기고 주민들에게 늘 푸르름을 선사해 준 곰솔은 우리에게 너무나 특별한 의미였다. 어째서 우리 세대에 이런 안타까움을 보아야 하는지...”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작리 곰솔’은 2007년 8월 낙뢰를 맞은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더 이상 회생 불가능하다는 판정에 따라 올해 9월 천연기념물에서 최종 해제 됐다. 낙뢰가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익산시는 부랴부랴 곰솔에 피뢰침을 설치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