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뮤지컬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최고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오페라의 서정성과 스케일을 뛰어 넘은지 오래고, 현대에 걸 맞는 뮤지컬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현대는 진정 뮤지컬의 시대인 것이다.
뮤지컬을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단순하지만 확연한 줄거리에 음악.춤.대사가 있는 감상적이고 오락적 성격을 띠는 연극’이라 표현하고 있다. 19세기 광대극, 보드빌, 팬터마임, 희가극 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20세기에 들어서 유럽에서 이주해온 작곡가들에 의해 미국으로 도입된 ‘오페레타양식’이 뮤지컬이란 장르의 태동을 기초한다.
기자는, 서둘러 ‘서동축제2008’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중앙체육공원 야외무대를 향해 차를 몰았다. 개막식보다는 이후에 있을 뮤지컬 ‘서동요’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익산이란 작은 도시의 야외에서 펼쳐지는 창작뮤지컬이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최소한의 ‘뮤지컬다움’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다.
개막식이 끝난 어수선함 속에 뮤지컬 ‘서동요’의 막이 올랐다. “명성황후에 버금가는 뮤지컬이다.”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남과 동시에 무대 위로 희뿌연 연기가 솟았고, 그 사이로 갑옷을 입은 한 무리가 달려 나왔다. 그렇게 뮤지컬 ‘서동요’는 시작되었다. 객석은 메워졌고, 무릎을 굽히지 못한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쌓았다. 추웠다.
희귀한 소리들이 효과음을 빙자하여 귓전을 때리고, 알 수 없는 의미의 대사들은 귓전을 맴돌다 사라진다. 형형색색을 걸친 무희들의 혼돈 위로 같은 리듬, 같은 선율의 코러스(chorus)는 지치도록 흐르고, 흘러서 무대 위의 어색한 몸짓들을 위로한다.
주린 배를 움켜지고 서동과 선화공주와의 그 흔한 ‘사령타령’ 한가락쯤을 기대하며 버틴 것이 한 시간 남짓..... 뮤지컬에 노래가 없었다. “춥다.” 따뜻한 것이 먹고 싶었다. 슬며시 일어나 먹을 것을 찾아 걸었다. 걸어가는 등 뒤로 좀 전의 혼돈들이 모질게도 따라 붙는다.
야시장 한 귀퉁이 동산동이라 이름 하는 포장마차에서 한 무더기의 사람들과 뒤엉켜 국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따뜻함이 기자의 뒤틀린 오장을 타고 흘러내린다. 오판의 대가치고는 양이 너무 적었다.
오페라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가수들의 레치타티브와 아리아로서 극이 전개 된다. 레치타티브는 극 중 대사이고 아리아는 가수들의 노래이다. 가수가 부르는 너무나 아름다운 아리아를 듣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치타티브의 지루함도 마다하지 않고 극장을 찾는다. 또한, 유명한 뮤지컬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는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적시는가.
뮤지컬에는 그 작품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뮤지컬 ‘서동요’에는 노래가 없었다.
뮤지컬 ‘서동요’는 익산시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컨텐츠로써, 종국에는 뮤지컬 ‘명성황후’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러나 의지와 신념만으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수 없다는 사실만이 증명됐을 뿐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작품을 불과 2개월 남짓 준비하여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이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묻고 싶다. 그 것도 창작뮤지컬을 말이다. 보여주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의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했다.
어쩌면, 무대에 선 배우들이나 작품을 감독한 연출자는 독단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익산시 행정권력의 가엾은 희생양일지도 모를 일이다.
서동축제 기간은 총4일이다. 이 공연은 남은기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