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철마다 이름이 바뀌는 정당과 오직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정치모리배들이 초래한 폐단이다.
더구나 전북지역은, 정치로 인해 체감되는 유권자의 이익을 찾아보기 어려우니, 누가하든 다를 바 없다는 팽배한 패배주의를 탓 할 길이 없다.
이 같은 병폐는 유권자들이 올바른 정치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꾼들이 유권자들의 긴장 없는 의식에 파고들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쏠림을 조장하는 지극히 위태로운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18대 총선을 앞두고 익산지역에서 전례 없이 난립하는 입지자들은, 평소 인물가리기에 진지하지 못한 상당수 유권자들의 엷은 귀를 노리면서 자력을 확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상당 수 입지자들은, 지역 기반이나 유권자들의 의식을 나중의 문제로 제쳐두고 정국구도 변화에 성패를 걸고 있는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지역정당의 모호한 지형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선,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 모두 완전한 경선으로 18대 총선을 치르기 어려워 공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중앙당 조직개편 이후 전신인 열린우리당 수뇌부의 탈당사태가 잇따르는데다 공황사태에 빠진 하부조직을 추스를 시간이 없고, 경선정국을 주도할 당헌당규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더구나,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참패 이후 현역의원들을 물갈이 하지 않는 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당 안팎의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또, 대통령 탄핵 이후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민주당은 당 쇄신을 선행하지 않고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 같은 정국 구도 속에서 양당에 소속된 익산지역구 후보들은 공천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그들이 그럴 만하다고 믿고 있는데서 비롯된 행태다. 인물보다 당에 쏠리는 지역 표심과 바닥민심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중앙당의 공천심사 행태가 그 틈이 되고 있다.
당리당략과 친소관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구태를 벗지 않는 한 정치 철새와 정치모리배들의 한탕주의는 퇴출되지 않을 것이고, 지역정당들은 또다시 짧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짙은 화장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는 행태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전후 3세대가 유권자대열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전후 1세대의 정치 행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보는가.
이제 곧 정당을 재편하는 ‘파워 유권자’시대가 도래 할 것을 의심치 말아야 할 일이다. 진화하지 않는 정당은 결국 도태된다는 것을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통찰해야 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