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향후 5년 동안 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공복이 선출됐다. 그러나 각 정당의 수뇌부를 갖가지 경우의 수들로 마비시켰던 대선이라는 축제는 호남을 정치판의 중심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논리가 확인되는 순간이었고, 진보는 불안정하다는 도식이 설득력을 얻는 시대상황 이었다.
호남에 대한 역차별을 대의를 위한 희생으로 강요하면서까지 이 나라의 미래를 담보했던 노무현 정부는 못 다한 회한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소신과 투명성으로 기득권세력에 정면으로 저항하며 개혁을 주도했던 16대 정부의 사초(史草)는 후일 반드시 재평가 될 일이다.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결과는 안정과 잘사는 나라를 희구하는 국민의 뜻의 반영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체감경제의 악화가 경제의 체질개선에 주력했던 노무현정부의 책임인지, 가파른 능선을 구르며 거품을 털어내고 여전히 곤두박질치고 있는 체감경제의 관성을 이명박 정부가 과연 잡아낼 수 있을 지는 검증해보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소위, 신보수진영의 승리는,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을 뽑을 때 도덕성을 보지 않았다”는 외신들의 목소리조차 덮어버리는 온 국민적 부국(富國)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같이 힘의 쏠림현상이 빚어낸 이 나라에는 대통령 후보 이명박과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 밖의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모진 진통과 역풍을 예견하면서도 선거 직전 이명박 특검을 성사시켰던 대통령 후보들과 정당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가.
당신들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승복의 자세로써 반부패의 책무를 저버리고, 다름 아닌 범법자일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당신들이 주도한 부패와의 전쟁은 임전무퇴의 시대적 소임이 부여된 바, 이 나라가 부패의 천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차라리 장렬한 전사를 택해야 하지 않는가.
정작, 이명박 당선자는 당선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검찰을 향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협박을 하는 형국이다.
특히, 소수 호남지역 정당의 나락에 떨어진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대오각성하라. 더 이상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가. 끝내 국민을 기만하고 배반했다는 낙인을 원치 않을 터, 끝가지 투쟁하는 것만이 당신들이 살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분열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호남에는 통합신당도 민주당도 없다. 주적을 향한 투신이 필요 할 뿐이다.
분열에 대한 단초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론은 무용(無用)이다. 모든 질시와 반목은 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권자들이 보태준 표심에 반하는 장애일 뿐이다.
이제 정권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이 나라의 존망을 다투는 일에 분투하기 위한 대동단결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만이 과거 10년 동안 이룩해 온 민주화와 개혁추진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