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구심점을 상실했다. 5.31지방선거에 이어 10.25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모자라 14.1%(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국민 지지율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데서 기인한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국회의원.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전남지역 두곳에 후보 조차 내지 못하고 다른 선거구는 고사하고 3곳의 전남지역 선거구에서 단 한석도 얻어내지 못했다. 국민대통합론에 찬물을 끼얹는 언급일 수 있지만, 영토를 잃고 벼랑을 등진 참담한 집권여당의 오늘을 감지하게 된다.
당내부가 통합신당론이나 재창당론, 통합수임기구 구성론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백가쟁명의 양상을 띠는 것은 집권정당의 정체성이 부서지는 파열음에 다름 아니다.
여러모로 보아 이같은 정계개편론들의 기저에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현실정치에서 실패했다는 각성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명제는 지속가능한 국정운영이었다. 이의 실현을 위해 기득권층과의 타협을 거부하여 일어난 갖가지 부작용들이 지금은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는 과거정권들이 기피했던 일들에 손을 댔고, 그래야만 하는 명분을 지니고 있었다. 과거 정권들이 우려했던 역풍에 정면으로 맞서 오직 전진하되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나머지 임기 중반까지 조바심으로 얼룩졌고, 미처 완비되지 못한 사안들의 각론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출혈을 감수해야만 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집권여당으로서 필연적으로 봉착한 역경을 극복할 만한 정당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사학법 개정과 같은 큰 틀의 개혁 과정에서 입장을 분명히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기득권세력의 반발에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지지하던 민심마저도 돌아서는 결과를 불렀다.
열린우리당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당을 창건하는데 지지한 민심을 망각한데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라 했더니 가족인 호남을 외면하고, 영남에서는 문전박대 당하면서 수도권 민심조차 아우르지 못했다.어느곳에도 속하지 않는 정당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참여정부와 존망을 같이 할 의지조차 박약한 열린우리당의 구심력은 소진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기되는 정계개편 논의는 당초 열린우리당이 있게 한 지역주의 극복의 이념을 깨고 지역주의 복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여 심히 우려된다.
스스로 배반한 민심을 수습하려 하지 않고, 탕자가되어 어물쩍 사안을 호도하면서 다시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정당들의 이합집산과 무엇이 다른가. 참여정부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탈 지역주의'를 부정하면서 무엇을 얻고자한단 말인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공히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이 창출하였다. 진보된 새로운 명제가 절박한 시기에 열린우리당이 먼저 스스로를 통찰하지 않고 낡은 유산이 상존하는 현실정치에 기생하려 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