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된 개인의 유연한 연대',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을 주도해 온 진안군이 자신과 온전한 자립을 꿈꾸는 모든 자치단체에 던진 농촌의 새로운 공동체 모델 유형이다.
지역정책이 도시와 시장, 중앙 등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농산물을 비롯한 인재와 재정 등이 자치단체 내부에서 유통되는 순환체계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능동적인 공동체 구축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지역내 순환적 자급체계의 내부구축이 없는 대외 유통망 확대는 결국 물거품이고 지역경제 효과가 일부에만 국한될 수 밖에 없다는 자성에서 비롯한다.
중앙정부가 짜놓은 제도적 틀을 벗어나 마을 단위 공동체들이 당장 필요한 사업을 창안하고 그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도록 하는 참여정부의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하는 논점이다.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을 실시한지 3년만에 자포자기가 팽배했던 여러 마을 주민들이 "우리도 합심하면 살 수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의식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을공동사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합심하여 열심히 하면 행정이 적극 도와준다는 사실을 주민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이 희망을 발견하는 단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주민과 자치단체간의 불신과 편견, 선입관이 사라진 것도 공동체 구축 과정의 큰 성과로 꼽힌다.
행정에 대해 불만만 토로하던 주민 리더들이 마을 공동사업을 직접 추진하면서 행정의 애로사항을 알게 되고, 행정절차가 가진 나름의 합리성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주민사이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풀뿌리 학습의 토양이 되기도 했다.
행정의 내부에서도 공동사업이 특정인의 개인사업으로 둔갑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온 공무원들이 선입관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 공동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을 지도해야 하는 골치아픈 케이스라는 공무원들의 편견이나, 주민들이 그런 사업을 할 역량 자체가 없다고 무시하는 자세도 사라졌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내발적 발전론'의 가시적 성과로 평가된다.
자치단체가 이러한 이론 적 틀을 각 단위 마을에 적용, 경제적 가치와 공동대응력 향상이라는 방향성을 견지하면서 쌍방이 조화될 수 있는 '자각된 개인의 유연한 연대'를 구축해 나간다면 우리가 20세기에 잃어버린 보물 '공동체 정신'을 복원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