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기업유치와 일자리창출이라는 이한수 시장의 관점에 적극 동의한다. 자동차부품 T자형 공업벨트 중심도시를 비롯한 한방의료산업, 공공디자인연구소 등의 기반을 조성해 그 공약을 실현해 나가겠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신규 인구 유입과 생산동력의 창출로 침체일로에 있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자립기반을 확충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익산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은 공조직이 자신의 진면목을 모르면서 신명나게 일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긍심 부재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자치단체에 지향점이 있을 수 없고, 더구나 이정표조차 없는데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도박과 다르지 않다.
사회기반시설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은들 떠나는 도시에서 무슨 소용인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력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고서 어떤 기업이 익산에 둥지를 틀겠는가.
이같은 상황에서는 한방의료와 같은 특화된 산업이라도 그 자체의 규격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잉여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익산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벅찬 공유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징철학이 집약된 이미지의 결정체, 그것은 지역에서 겉돌던 진취적인 의식들을 사로잡는 힘을 지닌다. 시민들이 마음의 기저에서 익산을 살맛나는 도시로 인식하게 된다면, 무슨 일을 벌여도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단서이다.
도시의 이미지 메이킹은 차별화된 정주환경과 수익창출의 명소들을 조성하는 원동력이 되거나, 무릇 보잘 것 없는 생태·문화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여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도시이미지의 브랜드화가 나아가 지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그 위상을 국제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은 사례는 새삼스레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생태·문화적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지역 이미지 가치의 특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추세이다.
브랜드가치가 확실한 도시는 국제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외자유치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등 국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가 미온적일 리 없으니, 재정자립도가 30%를 밑도는 익산시의 입장에서 경쟁력있는 도시이미지 가치의 발굴과 개발 또는 마케팅 작업은 가장 절실한 분야로 보인다.
따라서 건조한 익산이 물줄기를 되찾고 호남평야의 북측 깃점이라는 자긍심을 회복시켜 줄 황등호 복원사업이 몇 만평이 아닌 수백만평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야 한다는 여망이다.
그래서 금강호 일원의 생태환경의 복원이 병행된다면 잠들어 있던 마한·백제 문화가 황등호에서 발원하여 내륙을 가르며 흐를 생명의 물처럼 익산의 정체성과 함께 깨어날 것이라는 확신이다.
또 서동축제가 당초 규준틀을 해체하고 신분을 초월한 천년 사랑의 주인공들인 '서동과 선화' 축제로 확장되면서, 교통의 거점 익산역과 원도심이 '사랑과 만남의 도시' 브랜드를 함의토록하는 국책사업 전개를 도모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익산에는 시민들이 단숨에 살맛을 느낄 만한 부정형의 브랜드 이미지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이한수시장 체제가 신중하게 살피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