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센터의 익산행을 무산시킨 원인으로 작용한 시민단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전국을 아울러 연대하는 시민단체 실무대표들은 지역이기주의에 치우치려고 하는 자신의 관성을 제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동의한다. 그래야만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택한 혹한의 조건 속에서 자신을 당당히 움직여 갈 '공공의 선'은 존폐의 척도라는 신념에 공감한다.
'시민단체'라고 불리는 순간 범시민적 사고를 강요받고, 어떤 행보든 시민이 공유해야 할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부담감을 같이 느껴보려고 노력한다.
연대하는 힘 없이 왜곡된 사회현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할 생각이 없다. 더구나 그 결속력의 근간인 공유가치를 포기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영상미디어센터의 올바른 기능을 위해 협약을 철회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미디어센터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을 밥그릇 싸움으로 해석하는 자의적인 시선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공동선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익산시민적 공익을 간과한 책임은 묻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이다.
선진열강이 추구하는 전체주의에 동화되는 것이 세계화를 의미하지 않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전체의 한 축을 담당할 대표성을 갖춘다는 보편적 사실에 입각하여, 익산시민이 향유해야 할 문화적 기회를 무산시킨데 따른 책임성을 말한다.
당초 영상미디어센터 공개경쟁 유치에 동참했던 협의체로서 내부적으로 발생한 'YMCA의 독단', '영상미디어센터의 사유화 가능성'등의 논의를,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성 확보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협의체를 사실상 해체함으로써 익산시민의 공익 확보라는 목적을 너무 쉽게 저버렸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내부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보다 치열한 자정작용에 임하지 않고, '맞지 않으니 빠진다'는 쉬운쪽을 선택함으로써 이것이 갈등으로 노출되게 한 책임론이다.
역외 시민단체가 이같은 익산시민단체 내부의 문제를 영상미디어센터 익산유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빌미로 삼고, 결국에는 중앙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여 무산시킨데서 기인했다.
'퍼블릭액세스실현을위한전북 또는 전국네트워크'가 성명서를 통해 주장한 영상미디어센터의 본래적 취지를 비롯한 관리·운영 또는 유치과정상의 공동선의 의지를 폄하하려는 것은 추호도 아니다.
그러나 '공개경쟁활동'을 치러온 '다른 지역'의 문제에까지 끼어들어 직접적으로 훼방을 놓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공개경쟁'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결과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자치시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또 다른 전제주의적 사고방식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성명서를 작성한 전주지역 영상미디어센터 '영시미'의 박민 부소장은 21일 오후 3시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익산 영상미디어센터 준비과정의 한계와 오류를 중심으로' 지역미디어센터의 설립 추진 현황 총괄과 과제를 발제한다니 망동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가로막아 무산시킨 익산 영상미디어센터에 관하여 또 할 말이 있다면 성명서에 적시한 문제들을 다시 한번 공론화하여 이미 상처를 입고 아직 치유하지도 못한 익산 공동체 분열을 가속화시키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리라고 믿는다.
또는 함부로 행한 자신의 실수를 정당화하려는 다른 시도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영시미' 당신들의 나름의 옳은 생각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어찌 도외시하는가.
익산시민들의 전면적이고도 강력한 저항에 봉착하고서야 정신을 차릴 텐가.